[메디컬투데이 이경호 기자]
육류 위주의 식생활로 인해 민감한 대장의 소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인들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비록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당사자에게는 무척 고통스럽고, 일상생활의 불편과 의욕 상실을 초래하고 때에 따라서는 사회 활동에 지장을 주기도 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강상범 교수의 도움말로 일종의 문화병이라 할 수 있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45~60세 성인에게 주로 나타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나 많이 발견되는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린이나 청소년은 물론 전 연령대에 걸쳐 확산되는 추세여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초기에는 몸이 전반적으로 무겁고 무기력 증세를 보이며 나중에는 음식을 먹은 후에 복부 팽만감으로 복부가 더부룩해지고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는가 하면 경련성 복통 등이 나타난다. 복통을 호소하는 부위는 일정치 않고 복부 전반에 걸쳐 나타나지만 하복부, 특히 왼쪽 하복부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종종 대변에 코를 풀어놓은 것 같은 점액이 섞여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 증상이 최근 1년 사이에 최소 12주 이상 서로 중복돼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확진할 수 있다.
물론 이처럼 전형적인 증상만 가지고도 진단을 내릴 수 있으나 대변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 대장 X선 검사로 대장에 만성염증성 병변이나 암 등 기질적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래 장운동은 장의 바깥층을 형성하는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되풀이함으로써 음식물을 소장에서 직장을 거쳐 항문 밖으로 이동시키는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어느 시기에 너무 세게 또는 약하게, 너무 천천히 또는 빠르게 수축하는 등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인다.
아직까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장의 운동이상, 내장과 장체벽의 감각기능 이상, 스트레스, 자극적인 식사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증세를 악화시키는 음식들로 스트레스나 기름진 음식, 술, 카페인 등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과민한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들이 다르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서 증세를 악화시키는 음식을 찾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서구화된 음식물이나 누적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조그마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을 하는 사람이나 성격이 내성적이며 꼼꼼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일수록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서 자세한 문진과 대변검사, X선 검사와 내시경으로 대장에 다른 질환이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비, 설사, 복통,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을 넘어 변이 검게 나온다든지, 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배가 아파 잠에서 깰 때, 열이 나고 체중이 계속 감소하는 경우, 그리고 빈혈이나 지방변이 있을 때는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 등 심각한 다른 질병일 가능성이 크다.
강상범 교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다른 위중한 기질적 소화기 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의심이 되면 우선 정확한 검사를 받아서 다른 심각한 질환이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실제 대장에 염증이나 다른 이상이 없으며 따라서 특별한 치료법도 없는 병이다. 그저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기에 마음을 편히 먹고 안정을 취하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또한 규칙적인 식사와 배변습관을 갖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좋다.
또한 장내 공기를 증가시킬 수 있는 행동 및 음식물은 제한해야 한다. 가스 생성이 많은 콩, 커피나 초코렛 같은 카페인이 많은 음식, 우유 등과 같이 유당을 포함한 음식은 피하고 야채와 같이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변비가 주증상인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음식 종류에 지나치게 과민할 필요는 없으며 즐겁게 식사하고 단전호흡 등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적당한 운동을 하면 해소될 수 있다.
심한 복통이나 배변습관의 변화로 인한 사회생활의 불편,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비정상적인 대장 운동을 조절하기 위해 1~3개월 정도 약물 치료를 할 수도 있다.
메디컬투데이 이경호 기자(seddok@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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