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
취객을 상대하는 등 심야 근무 중 고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는 지구대 경찰관이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면 휴식 시간에 상관없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최근 경찰관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는 2017년 지방 도시의 한 지구대에서 현장 업무를 수행하던 중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후 공무원연금공단은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무상 요양을 승인하지 않았고 A씨는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충분한 휴식 시간이 있었고 업무량이 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비번과 휴무를 대부분 보장받았고 평균 근무시간도 대부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기준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구체적인 A씨의 근무 내용과 그 특수성에 주목해 “과로와 스트레스로 질병이 생겼거나 악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병을 얻은 당일 A씨는 저녁에 가정폭력 신고, 음주단속, 길 잃은 초등학생 귀가 등의 일을 처리했다. 이어 새벽 1시가 넘어 음식점에서 벌어진 주인과 손님의 싸움을 중재했다. 50분간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손님 편을 든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업주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새벽 2시 이후 한 주차장에 깨진 유리병 조각과 피가 있다는 신고를 받은 A씨는 현장을 조사하다가 어지러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근무 내용을 토대로 “이런 사건들은 경찰관 야간근무 중 흔히 발생하는 일이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심야에 취객들이 다투는 현장에 출동해 50분간 머물다가 바로 다른 곳으로 출동해 깨진 유리병과 피가 있는 장소를 해결하는 일련의 업무는 고도의 정신적 긴장이 필요하고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흥분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예측하기 어려운 현장을 집중해 살피는 업무를 단지 근무시간 등 양적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며 “교대제 근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라는 가중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것으로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ed3010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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