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전환 투쟁이 더욱 커지고 있다.
18일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공동파업 이후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하였고 2차 공동파업까지 예비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교육부가 직접 현장을 돌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였다.
교육부는 13개 국립대병원을 직접 다 방문하면서 ‘직접고용을 최우선으로 하여 전환하라’, ‘6월 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달라’ 등의 입장을 표명했다고 본부는 전했다. 정부정책이 발표된지 2년이 지났으며 계약연장을 남용하는 사례들을 이제는 두고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부는 내다봤다. 병원이라는 특성상 모든 업무가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부의 적극적인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립대병원들은 여전히 자회사 고집을 놓지않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은 아직 자료를 다 검토하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면서 자회사에 대한 좋은 점을 알려나가겠다고 말해 자회사에 대한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명확히했다는 것. 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은 여전히도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다며 답변을 피하고만 있다고 본부는 설명했다.
본부는 병원이 청결할 수 있도록 한시도 쉴 틈 없이 쓸고 닦는 청소노동자들, 병원의 온도를 조정하고 시설물들을 관리하는 시설노동자들 등 이들의 노동 없이는 환자들의 안전은 담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본부는 “비정규직이라는 구조가 어떻게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지, 얼마나 감염에 취약한지 등에 대해 연일 기사와 뉴스로 보도되고 있지만 국립대병원들은 요지부동이다. 그뿐 아니라 어떻게든 직접고용을 막아보려 전국의 국립대병원들이 정규직전환거부 담합을 벌이고 있다. 환자의 아픔에 먼저 공감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만들어내겠다 했던 김연수 신임 서울대병원장은 이와 같은 상황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본부는 정부의 정책도 무시하고, 주관부처의 지도도 무시하는 국립대병원들의 행패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립대병원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한편 의료연대본부는 정부 방침에 역행하여 여전히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율 0%를 기록하고 있는 국립대병원들이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자회사를 추진하기 위해 온갖 핑계와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대병원은 2018년 교섭에서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건환과 관련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세부 사항은 노사합의로 정한다”고 합의했지만,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협의와 노사전문가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느닷없이 8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간접고용 근로자 정규직 전환방안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고 본부는 설명했다.
본부는 “직접고용하기로 한 노사합의를 파기하고 자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은 ‘서울대병원의 사회적 위상이 있다. 서울대병원이 직접고용하면 다른 귝립대병원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태도다”라고 밝혔다.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 재정부담이 크다는 핑계는 자회사 추진 꼼수를 부리는 국립대병원들이 내세우는 단골메뉴라고 꼬집었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직접고용하면 임금인상을 대폭 요구할 것이고 인력증원 요구도 할 것이다. 사학연금 가입에 따른 추가 재원도 든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고 서울대병원도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150억원의 비용이 들어 병원이 재정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본부는 설명했다.
노조 측의 분석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청소업무의 경우 1인당 용역계약비가 295만1883원인데 비해 실제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월 임금은 205만2424원으로 1인당 월 89만 9459원의 차액이 발생하는데 이 차액을 활용한다면 용역계약비 범위 내에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따른 처우 개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국립대병원들이 용역업체의 이윤으로 돌아가는 일반관리비, 이윤, 부가가치세 중 일부만 인건비로 돌려도 파견용역직 직접고용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부는 주장했다.
또 사측의 재정부담 우려는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라고 일침했다. 공공기관 중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 국립대병원은 공무원 임금인상률과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어 과도한 임금인상 자체가 불가능하며, 인력TO도 정부의 승인 없이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데 사학연금 가입 사업장인 국립대병원이 사학연금에 따른 부담을 핑계대며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
또 노동기본권조차 부정하는 핑계도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은 ‘직접고용하면 파업 참여인력이 많아진다’, ‘간접고용시 파업하면 전체인력 이상으로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지만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 50%만 가능하게 된다’는 우려를 드러냈고, 부산대병원은 ‘조합원수가 늘어나 유니온숍이 될 것이다’, ‘직접고용하면 매년 쟁의행위를 하면서 병원을 괴롭힐 것이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본부는 전했다.
본부는 국립대병원들은 정부 방침조차 외면하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발언이나 고령자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은 ‘정규직들은 공채로 들어왔는데 하청노동자들은 공채없이 직접고용할 수 없다. 병원 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을 같은 레벨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본부는 전했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2017년 7월 20일 당시 파견용역직은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하라는 것이 정부 방침인데도 이 같은 정부방침을 무시하고, 정규직 업무와 하청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엄연히 다른데도 비정규직에 대해 차별발언을 일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하청노동자들 중에 정년이 60세가 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을 직접 고용하면 정규직 직원들에게 역차별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또한 고령친화직종의 경우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애써 무시하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부산대병원은 고령자를 직접고용하면 병가 등을 악용할 가능성 많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고령노동자를 폄훼하고 인신공격하는 악의적인 발언이라고 본부는 강조했다.
여러 가지 핑계로 시간끌기 하면서 직접고용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모든 국립대병원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라고 본부는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이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있지 않아 타 병원들이 나서기 어렵다는 것.
▲부산대병원은 직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도 우리가 먼저 했는데 간접고용 비정규직 전환에도 우리가 먼저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 ▲서울대치과병원은 서울대병원과의 관계상 먼저 합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 ▲서울대병원은 병원장이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아 자료를 다 검토하지 못했고 경비도 조사해봐야 하며 아직 논의중이라는 입장 ▲부산대병원은 정규직 전환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아직 최종 마무리되지 않아 입장을 낼 수 없다는 입장 ▲강원대병원은 직접고용 또는 자회사 중 확실한 답변은 못하겠다는 입장 ▲전남대병원은 직접고용과 자회사,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형태를 같이 검토하자는 입장이라고 본부는 전했다.
이에 본부는 6월내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완료를 촉구하며 국립대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길거리농성을 전개하고 있고, 26일 2차 공동파업을 예정하고 있다.
본부는 “6월말 계약만료시점에도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율이 여전히 0%로 머무를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국립대병원은 더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lhs783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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