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식이장애와 신경성 폭식증…적절한 수준 자존감 유지해야

pulmaemi 2019. 6. 10. 16:08
식이장애 본질적으로 인지왜곡 인한 현상

[메디컬투데이 이경호 기자] 

식이장애는 식사행동, 즉 음식물을 접하고 선택하여서 먹고 삼키는 행동들이 왜곡된 경우를 의미한다. 식이장애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음식의 섭취량이 적절한지 아닌지만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체중과 체형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 먹는 것이 개인에게 어떤 심리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덕종 교수의 도움말로 식이장애에 대해 알아보자


◇식이장애의 종류

먼저 지나친 음식물 섭취 제한으로 현저한 저체중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체중과 체형에 대한 지나친 압박을 느끼고 현재의 저체중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여,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거식증’이 있다.

또한, 일정시간 동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며, 먹는 것에 대한 조절능력을 상실하는 폭식 행동이 나타나는 폭식증이 있다. 이 때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부적절한 보상 행동을 하는 경우를 ‘신경성 폭식증’이라고 하는데, 보상 행동에는 대표적으로 음식을 먹고 살이 찌지 않기 위하여 습관적으로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폭식은 하지만 구토와 같은 보상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경우는 ‘폭식장애’라고 한다. 

◇신경성 폭식증의 증상 

2013년 발간된, 미국정신의학회에서 사용하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에서 제시하는 신경성 폭식증의 주된 증상들을 보면 우선 반복되는 폭식 삽화다. 폭식 삽화는 일정시간 동안 (보통 2시간 이내)에 대부분의 사람이 유사한 상황에서 동일한 시간 동안 먹는 것보다 분명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삽화 중에 먹는 것에 대한 조절 능력의 상실감, 즉 먹는 것을 멈출 수 없거나, 무엇을 혹은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할 것인지를 조절할 수 없는 느낌을 동반하게 된다.

또한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복적이고 부적절한 보상행동을 한다. 예를 들면 스스로 유도한 구토, 이뇨제, 관장약, 다른 치료약물의 남용, 금식 혹은 과도한 운동을 통하여 체중의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부적절하게 반복하게 된다.

체형과 체중이 자기평가에 과도하게 영향도 미친다. 신경성 폭식증이 있는 개인들은 자기평가에서 체형과 체중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이러한 요인이 자존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집착하게 된다.

◇신경성 폭식증의 원인 

신경성 폭식증을 바라보는 인지적 모델에서는 식이장애를 본질적으로 인지왜곡으로 인한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모델에서는 식이장애의 인지적인 핵심 정신병리는 체형, 체중 그리고 그것의 조절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본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성취 및 자존감을 삶의 여러 가지 측면에 근거하여 평가를 하는 반면, 식이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의 대부분을 그들의 체중, 체형 그리고 그것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때로는 과도하게 엄격한 식이제한을 시도하게 되며, 엄격한 식사규칙을 고집한다. 어쩌다가 식사규칙이 어겨지면 이에 대한 강한 좌절감을 느끼고, 더불어서 식이제한으로 유발된 음식에 대한 강력한 욕구에 굴복하게 되어 폭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폭식은 일상에서의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폭식을 통하여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내려놓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겪을 때마다 폭식에 대한 통제가 더더욱 어렵게 되는 강화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경성 폭식증과 폭식장애를 바라보는 신경생물학적인 여러 가지 모델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논의는 ‘음식중독’이라는 화두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나친 탄수화물, 단 음식, 포화성 지방이 많은 음식을 폭식을 하게 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수용체 감수성 및 관련된 신경회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결과, ‘원하는 감정’ ‘보상’과 관련이 있는 뇌의 영역들에서의 기능적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음식을 먹은 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생체의 신호를 방해하여 폭식에 대한 통제를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식이장애의 치료 

약물치료와 면담치료를 함께 적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치료 방법이다. 식이문제의 기저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인, 심리적인 요인을 정신과적인 면담을 통하여 파악하고 이를 다루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도파민을 비롯하여 세로토닌, 오피오이드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작용, 뇌의 신경회로의 기능적 변화 등을 목표로 하여, 우울과 불안 그리고 강박을 다루는 여러 가지 정신약물이 식이장애의 치료에서도 사용된다. 

식이장애는 부적응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이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현상이며, 체형, 체중 그리고 그것의 조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적 왜곡과 심리적 요인들이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지행동치료가 치료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식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식사가 필요하다. 폭식을 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하게 식이제한을 시도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규칙한 식사습관은 정상적인 생리적 배고픔에 의한 식사가 아니라 심리적 가짜 배고픔에 의한 폭식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식이 일기를 통해서 내가 무엇을 섭취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더 나아가서 다음날 식사를 미리 계획해 놓고 계획에 따라서 식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또한 식사의 시간과 장소를 명확하게 하고 가능하다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식사를 해도 좋겠다. 

스트레스 관리를 하고 삶의 관심사를 다양화시키는 것도 좋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그 자체가 폭식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높게 유지가 되면 우리 몸의 세트포인트(평형점을 이루는 체중과 체형)이 높은 쪽으로 이동하여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가게 되어, 체중과 체형에 대한 좌절감을 가중시키게 된다. 

체중과 체형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삶의 관심사를 넓혀보고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우리의 자존감은 다양한 모습과 얼굴을 가질 수 있다. 자존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적절한 수준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차리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며 "많은 경우에 식이장애와 폭식은, 완벽주의적 생각, 자기 비난, 낮은 자존감 등의 아픈 우리 마음에서 나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 마음의 상처들에 이유를 묻지 말고 안아주고 감싸주고 보듬어 주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메디컬투데이 이경호 기자(seddok@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