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의 암 발생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백혈병에 걸려 숨질 위험은 일반 근로자 보다 2배 이상 높았고, 혈액암인 비호지킨림프종으로 사망할 위험은 3.7배나 됐다.
이는 정부가 반도체 제조업 전·현직 근로자 20만 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해 내린 결론이다. 추적조사 착수 10년 만에 반도체 공장의 위험성이 공식 인정된 것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는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고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촉발됐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 제조업의 환경 유해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안전보건공단이 2009년부터 10년간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 조사했다.
조사 결과 반도체 여성 근로자의 백혈병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19배, 전체 근로자 대비 1.55배인 것으로 나타났고, 사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배, 전체 근로자 대비 2.3배 더 높았다.
비호지킨림프종의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배, 전체 근로자 대비 1.92배로 나타났고, 사망 위험은 각각 2.52배, 3.68배로 높았다.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공단은 추정했다.
특히 클린룸이 문제로 지적됐다. 클린룸 작업자인 20대 여성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 등에서 혈액암 발생 또는 사망 위험비가 높았다.
이번 결과에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었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함되지 못한 점과, 작업환경과 화학물질에 대한 자료의 한계로 암의 원인을 좁혀가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2011년 이후 혈액암의 감소가 작업환경 개선의 결과라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암 위험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이전되진 않았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반올림에 제보해온 피해자들 중 박모씨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그는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하청업체에 2013년 5월 입사, 이듬해 7월 백혈병이 발병했다. 또 양모씨도 입사 3년 만에 림프종이 발병했다.
“위암, 유방암, 갑상선암이 높게나온 것도 단지 건강진단 기회가 많아서 증가한 것이 아니라 야간교대근무나 방사선 노출의 영향 때문인지도 짚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직업성 암의 산재인정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올림은 “암이나 희귀질환 등 입증이 어려운 질환들의 입증부담 완화 정책을 확대해 재해 노동자의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협력업체 등 고위험군을 포함하고 작업환경과 화학물질 정보를 충실히 확보해 원인을 좁혀가는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도체 노동자 건강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작업환경 관리 방법과 기준 마련도 촉구했다.
“발암물질 노출수준은 노출기준보다 훨씬 낮았는데 암 위험은 높게 나타났다. 현재의 작업환경측정 방식이나 노출기준으로는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간헐적 고농도 노출도 빈번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작업환경 관리 방법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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