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이경호 기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 대변이 새어나오는 요실금과 변실금은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증가한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말하기 부끄러워 치료를 포기하고 기저귀를 유일한 대안처럼 여긴다. 하지만 냄새 등을 우려해 외출도 꺼리게 되고 삶의 질도 매우 떨어지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요실금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7년 13만7610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50대 환자 비중이 34.8%로 가장 컸다. 40대 25.4%, 60대 20.7%가 그 뒤를 이었다. 요실금을 겪고 있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의학계에서는 70대 이상 노인은 10명 중 5명꼴로 요실금이 있을 것으로 본다.
요실금은 노화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심혈관질환이나 관절염처럼 요실금도 고령화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이정구 교수는 “소변을 참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자율신경의 균형(밸런스)이 깨지는 것이 주원인”이라면서 “거동을 못 할수록 요실금 유병률도 높아지고, 나이가 들수록 소변을 참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남자들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이 주요 원인이며,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30%는 요실금이 있다. 처음엔 소변이 잘 안 나오는 증상이 생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이 노화돼 소변을 못 참는 현상이 오고 이후에 요실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자는 요도가 짧은 해부학적 구조와 함께 임신, 출산, 골반 내 염증 등으로 남성보다 요실금 발병 위험이 22배나 높다. 변실금은 요실금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 요실금 환자 5명 중 1명꼴인 약 20%가 요실금과 함께 변실금 증상을 동반한다. 이런 경우를 복합실금이라고 한다. 임신과 분만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고, 이 때문에 방광 및 괄약근 근전도 신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요실금과 변실금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 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심리적으로는 위축감, 자존감 하락 등을 일으키며 이는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피부 감염, 방광염, 요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요실금은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지만 수술로 교정할 수도 있고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정구 교수는 “요의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 소변이 새어나오는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 자체나 방광을 지배하는 신경의 문제, 뇌에서의 조절 문제 등이 겹친다”며 “이 때문에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는 약을 쓰거나 신경 자극을 억제하는 약을 쓴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광에 직접 보톨리늄 톡신을 주사해 신경을 마비시켜서 덜 새게 하는 방법도 있다. 보톨리늄 톡신은 주사 6개월 후 효과가 떨어져 다시 주사를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고, 남자의 경우 주사 부작용으로 요폐가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약물치료로도 조절이 안 되는 요실금이나 요실금과 변실금이 동반된 경우에는 천수신경조절술이 유일한 대안이다. 천수신경조절술은 척추 꼬리뼈에 있는 천수 3번 구멍을 찾아 전극 바늘로 신경 뿌리를 자극시키는 시술이다.
이정구 교수는 “요실금, 변실금 질환도 치료법이 다양해졌다”며 “환자는 너무 낙심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메디컬투데이 이경호 기자(seddok@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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