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사회

진중권 “경찰, 동료 죽었는데 MBC 들어가 클릭질 해대냐”

pulmaemi 2009. 1. 30. 11:23

“동료의 죽음이 내일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어” 경고

 

[데일리서프]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28일 경찰의 여론조사 조작 논란과 관련 “지휘부의 오판으로 제 동료가 죽었는데, 열심히 MBC 들어가 클릭질 해대는 그 경찰들은 도대체 뭐냐”고 맹비난했다.

진 교수는 이날 밤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나, 이번에 순직한 동료의 죽음이 내일은 바로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경찰은 1·20 용산참사와 관련 MBC 100분토론 여론조사 등 인터넷에서 진행되는 여론조사에 일선 경찰관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참여를 독려했던 사실이 밝혀져 여론조작 논란이 일었다.

진 교수는 “도대체 제 정신인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며 “이는 경찰에서 고민하는 것은 딱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과잉진압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진 교수는 “그 놈의 점거농성 진압하는 게 과연 다섯 명의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해치워야 할 정도로 긴급한 과제였을까”라며 “정권의 지시와 청장의 아첨으로 인해 안 죽어도 될 다섯 명의 시민이 죽었는데, 거기에 당연히 따라야 할 비난만은 사양하시겠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종류의 조직 이기주의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진 교수는 또 “경찰이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은 작전 수행 중에 경찰관도 한 명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며 “‘떼법’ 척결하겠다고 설쳐대는 정권의 정치적 주문과, 그 말도 안 되는 요구에 과잉충성 하려 한 청장의 무책임한 결정. 이 두 가지가 존재하는 이상, 또 다른 경찰관의 죽음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문제가 생겼으면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지, 고작 한다는 게 문자 받고 조직된 클릭질로 여론조작이나 하는 것이다”며 “그렇게 사고의 원인에 애써 눈을 감고, 드러난 문제를 대충 피해갈 생각이나 하다가는, 앞으로 비슷한 참사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 교수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생각 없이 클릭질 하는 경찰들.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나, 이번에 순직한 동료의 죽음이 내일은 바로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면서 “아울러 자신들의 클릭질이 바로 옆의 동료를 죽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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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진중권 교수가 진보신당에 올린 글 전문.

한심한 대한민국 경찰

한겨레 신문을 보니, 경찰청에서 문자를 보내 경찰관들에게 용산참사 관련 여론조사에 적극 개입하라고 지시를 했다는 보도가 있네요. 이 분들이 도대체 제 정신인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이는 경찰에서 고민하는 것은 딱 하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과잉진압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겠다는 것이지요. 만약에 이 사태의 법적, 윤리적 책임을 묻는다 해도, 그 책임이 일선 경찰에게 돌아갈 것 같지는 않고, 결국 김석기를 비롯해 경찰 수뇌부 몇 명에게 돌아갈 텐데, 그것을 피해보겠다고 일선 경찰들까지 여론조작에 동원하는군요. 정신 나간 사람들입니다.

먼저 이 사고로 다섯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놈의 점거농성 진압하는 게 과연 다섯 명의 희생을 무르씁고서라도 해치워야 할 정도로 긴급한 과제였을까요? 그런데 김석기 총장이 영전 기념으로 무리하게 진압을 시도하여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습니다. 경찰이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은 아마도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에 있을 겁니다. 시민의 생명은 경찰이 모든 작전 수행시에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가치입니다. 설사 테러리스트가 인질을 잡고 있었어도, 그런 무리한 진압은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결국 정권의 지시와 청장의 아첨으로 인해 안 죽어도 될 다섯 명의 시민이 죽었는데, 거기에 당연히 따라야 할 비난만은 사양하시겠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종류의 조직 이기주의인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은 작전 수행 중에 경찰관도 한 명 목숨을 잃었다는 겁니다. 대간첩 작전도 아니고, 대테러 작전도 아니고, 고작 불쌍한 철거민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려 할 수밖에 없었던 농성을 진압하다가 생명을 잃었지요. 그 역시 죽을 필요가 없는 죽음을 죽은 겁니다. 왜? 원인은 두 가지지요. '떼법' 척결하겠다고 설쳐대는 정권의 정치적 주문과, 그 말도 안 되는 요구에 과잉충성 하려 한 청장의 무책임한 결정. 이 두 가지가 존재하는 이상, 또 다른 경찰관의 죽음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지휘부의 오판으로 제 동료가 죽었는데, 열심히 MBC 들어가 클릭질 해대는 그 경찰들은 도대체 뭡니까?

문제가 생겼으면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지요. 고작 한다는 게 문자 받고 조직된 클릭질로 여론조작이나 하는 겁니다. 그렇게 사고의 원인에 애서 눈을 감고, 드러난 문제를 대충 피해갈 생각이나 하다가는, 앞으로 비슷한 참사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그러면 또 억울한 경찰관들의 죽음이 이어지겠지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생각 없이 클릭질 하는 경찰들.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나, 이번에 순직한 동료의 죽음이 내일은 바로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신들의 클릭질이 바로 옆의 동료를 죽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경찰, 제발 철 좀 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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