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 갖춘 의료기관 12개소 뿐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지난달 18일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강릉으로 여행을 왔다가 펜션 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입원 치료를 받던 학생 7명은 사고 32일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또 지난 16일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도 근로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두 사람은 전날 밤 주변에 천막을 치고 숯 탄을 피우는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과거 연탄 보일러 때던 시절에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비일비재 했다. 최근에도 공사현장 등 곳곳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매년 4000명을 웃돈다. 2015년 4391명, 2016년 4352명에 이어 2017년에는 4122명이 진료를 받았다.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에는 높은 압력의 산소를 주입하는 고압산소치료가 유일하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고압의학회에 따르면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26개소다. 이 중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12개소 뿐이다.
하지만 공군항공우주의료원과 해군해양의료원은 군인과 경찰만 사용이 가능하며, 경남 신세계로병원은 의료인 부재로 지난해 10월 말부터 사용이 불가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5개소에서 고압산소치료기를 운영 중이나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이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식이 없는 중증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함께 들어가 치료를 진행해야 하므로 1인용 고압산소치료기는 중환자 치료가 어렵다.
만약 수도권에서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다인용 치료기가 있는 강원도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이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병원이 드문 이유는 낮은 수가 탓이 크다.
1인용 고압산소치료실 설치 비용은 2억원 가량이 든다. 10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설치하려면 1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가는 환자 1인당 10만원 정도로 반복된 치료는 1회만 가능하다. 또 최소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 넘게 고압산소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한 전문의는 “고압산소치료실에 대한 필요성이 늘고 있지만 수익이 낮아 이를 설치하는 병원도 드물다”라며 “확대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급여기준 개선과 수가 정상화가 우선이다. 정부의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올해 고압산소치료 장비 확충을 위해 경기 남부와 북부 각 1개소의 의료기관을 선정, 고압산소치료 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는 경기도의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 설치 지원에 필요한 예산을 내년 1회 추경에 반영할 방침이다.
고압산소치료기 도입 촉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 내에는 이 치료기가 전무한 상황. 이에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김명지 의원은 “고압산소치료기는 급성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잠수병 등 신체의 산소 농도를 급격히 올려야 할 경우 응급처치에 필수적인 장비이지만 우리 도에는 단 한곳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도내 어떤 곳에서 언제 강릉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타 지역으로 응급환자를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가까운 전남으로 환자를 이송할지라도 1인용 고압산소치료기만 운영하고 있어 이미 환자가 있다면 또 다시 몇 시간을 소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전북을 대표하는 국공립 병원인 전북대병원의 경우 고압산소치료기 도입 논의만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고 도내 병원 중 원광대병원이 유일하게 도입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이마저도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도를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학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고압산소치료기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도입을 원하는 병원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도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에 설치하는 방안까지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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