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저 탄수화물, 고 지방) 다이어트, 탄수화물 제로 다이어트 등 3대 영양소라고 흔히 알려져 있는 탄수화물이 요 몇 년 사이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이어터들에 의해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심한 경우 당뇨와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당뇨 환자와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면, 빵, 밥 등 탄수화물이 주가 되는 식품은 무조건 먹지 않거나 최대한 제한하는 식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수화물 속 ‘글루텐’에 대한 논란이 생겨나면서 ‘글루텐 프리’ 제품들까지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탄수화물과 글루텐, 정말 알려진 것처럼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탄수화물 제한은 좋다. 하지만 ‘0(zero)’는 위험하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탄수화물은 당뇨와 비만 그리고 그로 인한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덮어 두고 많이 섭취하게 되면 각종 질병을 얻기 쉽습니다.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탄수화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쌀로 만든 밥이 주식이지만, 쌀밥을 먹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체 식품의 일종으로서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라면, 파스타, 국수 등 면 종류로 끼니를 떼우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우리가 디저트로 많이 먹는 쿠키나 케이크, 과자 등도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식생활이 서구화 되어 쌀밥 먹는 비율과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탄수화물 섭취는 더욱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각종 질병의 원인처럼 여겨지는 탄수화물은 단백질, 지방과 함께 3대 영양소의 하나로서, 인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연료’로 사용되는 만큼 아주 중요한 영양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분해되어 포도당으로 바뀌고, 이 포도당이 우리 신체가 여러 기능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뇌’는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전체 에너지원의 2/3를 사용합니다. 이는 우리가 일을 하다가도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당 달린다’, ‘초콜릿이 필요해!’ 라고 외치는 것이 단지 심리적인 이유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고도 할 수 있죠. 더불어 마라톤이나 등산과 같이 끊임없이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해줘야 하는 운동을 할 때 초코바나 사탕을 꼭 먹거나 지참하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가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과학계에서도, 의학계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반대로 너무 적은 탄수화물 섭취는 신체가 적절하게 기능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탄수화물 속 ‘글루텐’, 악명 높은 너의 정체는?
탄수화물, 정확히 말해 전분 안에 들어있는 단백질인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만나면 우리가 흔히 아는 ‘글루텐 (단백질)’이 만들어집니다. 글루텐은 끈끈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불용성 단백질로, 그 특유의 성질 때문에 밀가루 반죽을 쫄깃하고 찰기 있게 하며 폭신하게 하고 부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글루텐은 함량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달라지는데요, 글루텐 함량이 11-13% 정도인 강력분은 빵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고, 8-10% 정도인 중력분은 면 종류를 만들 때 사용되며 8% 미만의 박력분은 바삭하거나 딱딱한 식감이 필요한 쿠키나 과자 등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됩니다.
단순히 글루텐에 대한 설명만 놓고 보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식감을 살려주는 글루텐이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이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루텐이 음식 섭취 등을 통해 신체로 들어가 장까지 도달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글루텐이 장내 세균을 만나 에소루핀이라는 성분으로 바뀌게 되면 에소루핀이 뇌에 특정 작용을 가해 밀가루 음식을 더 먹게 만드는 ‘중독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단순히 밀가루를 더 먹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글루텐 자체가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심한 경우 글루텐불내증에 걸리게 되면 피부와 신경계, 면역계, 관절 그리고 행동과 기분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글루텐불내증을 앓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글루텐 부작용 때문에 부종, 편두통, 근육통, 소화불량, 감정기복 등을 겪는 사람의 경우에는 밀가루 음식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거나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정도로만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 해당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늘 치킨, 피자, 라면, 케이크, 과자 등 맛있는 음식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하지만 치킨이 아닌 닭백숙 같이 담백한 닭고기를 먹는 것, 피자가 아닌 피자 속 재료인 토마토와 치즈, 올리브, 양파를 먹는 것 등은 다이어트에 절대 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리고 우리를 살 찌우고 병 들게 하는 것은 단백질과 지방이 아닌, 치킨의 튀김옷과 피자의 도우, 라면의 면발, 케이크의 시트에 포함된 탄수화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영양소인 탄수화물 그리고 그 속에 포함된 다량의 글루텐, 이제는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 변화를 위해 어느 정도 제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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