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질환·감염병

보건당국, '인간광우병' CJD 연구 놓고 의사들과 대립

pulmaemi 2018. 11. 1. 14:19
확진없이 CJD의심환자 양산…치매·뇌의학 ‘제자리 걸음’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한국형CJD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복지부가 치매성 프리온 질환의 하나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의심환자의 뇌기증을 위한 유인책 마련에 반대하면서 국내 의학발전을 위한 기초적인 조치조차 외면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최근 “올 들어 뇌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CJD 또는 변종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의심 환자에게 입원비, 치료비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보건복지부의 반대에 밀려 성사되지 못했다”며 의사들에게 CJD를 비롯한 치매성 질환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초 여건조차 조성되지 않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및 유럽 CDC(영국 포함)등 해외 보건기관도 CJD 또는 vCJD 의심환자에 대한 강제 부검은 권고하고 있지 않으며, 장기 등의 기증에 있어 자발성과 순수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해부에 응하거나, 뇌 기증 의사 밝힌 환자의 입원비, 치료비 및 진료비 뿐만 아니라 장례비도 지원해야 한다”며 “해부 담당의사 범위에 ‘퇴행성 질환 전공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전문의’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며 보건 당국과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뇌기증과 CJD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걸음마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 의료현실을 나 몰라라하며 선진국 타령만하고, 확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을 개선하지 않는 한 CJD를 비롯한 치매증세에 대한 치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뇌 기증이나 부검에 선뜻 동의할 만한 환자나 그 가족이 거의 없다시피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후에 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오히려 병원측에서 이를 무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병예방법 상에는 전문병원을 두고 운영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비싼 요금에 CJD기피현상까지 겹쳐 CJD환자가 입원 병원을 찾지 못한채 40여곳을 전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CJD 발병 양상 또한 예사롭지 않다. 

김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통계청 협조를 받아서 국내 최초로 CJD의심 환자들의 사망일을 조사·분석한 CJD의심환자 생존기간 자료를 보면 국내 CJD 연구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산발성 CJD와 변종 vCJD의 발병부터 사망하는데 까지 걸리는 기간은 각각 평균 8개월, 그리고 평균 14개월(8~38개월)로 나타났다. 또 자주 발생하는 연령대는 각각 평균 60살과 29살(18살~35살)로 나타났다.

산발성 CJD환자가운데 발병한지 20개월 이상 생존한 환자수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95명에 달한다. 전체 CJD의심환자의 38%가 산발성 CJD최장 생존기간인 20개월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이다. 

변종CJD 최장 생존기간 38개월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환자는 전체의 11.6%에 이르는 29명으로 나타났다. 발병한지 5년 이상 생존한 환자수도 7명,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그 중에는 9년이상 생존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CJD환자의 장기생존 현상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지닌 특정 유전자와 연계해서 나타나는 특별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2012년까지 매우 드물게 발병하던 가족성 CJD가 2013년 6건을 시작으로 출현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가족성 CJD는 유전적으로 병이 전달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환자 가족들에게 CJD가 확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상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CJD가 특정 유전자와 결합하면 CJD가 발병한 상태로 오랜 기간 살아가는 환자들이 나타나는데 한국인과 일본인에게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15년 이상 살아가는 CJD환자들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오래사는 CJD환자 1위부터 3위까지 한국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치매증상을 유발하는 100여가지 질병중 가장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과 CJD를 혼돈하는 경향이 더러 있다”면서 “치매증세의 60%가 알츠하이머에서 유래하고 있는데, 환자들중에는 알츠하이머병과 CJD를 함께 앓고 있는 경우도 적잖은 만큼 이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 광록병 관측센터가 우리나라에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는 광록병 또한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면서 “질병관리본부는 2년이 지나면 담당자가 교체되기 때문에 담당자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 말대로 조건 없는 기부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아직 CJD에 대한 인식이 낮고 환자가족들이 사망한 뒤에 뇌를 적출하는 일에 대해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질병관리본부가 펴낸 CJD관리지침에는 확진을 위한 뇌 부검을 궁극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를 위한 실천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만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뇌기부환자들을 위한 동기부여를 통한 CJD확진, 나아가서 미래에 우리나라를 괴롭히고 적잖은 비용을 요구할 치매성 뇌질환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 나가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ed3010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