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병명 떠나 F코드 시 불이익 감수해야'
금연을 시도하려는 이들에게 유용한 금연 보조제 챔픽스를 처방받을 경우 각종 불이익이 따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높은 금연 효과를 보이며 흡연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금연보조제 챔픽스 처방 시 F17.2의 질병분류기호를 부여받아 흔히 감기약처럼 생각하며 처방받았다가 생명보험 가입은 물론 사회활동에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질병분류기호 F00~F99까지는 '정신 및 행동장애'로 분류되며 현재 챔픽스 처방이 정신 및 행동장애 치료의 일종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국내법상 흡연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으나 금연보조제로 인한 '질병'을 얻을 수 있는 것. 따라서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의학과나 내과 등에서 비교적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챔픽스는 인터넷 포털을 비롯해 각종 금연 동호회에서 약품을 구하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문의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학생부터 사회초년생까지 포함돼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모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챔픽스의 경우 뇌신경에 작용해 니코틴의 흡수를 막아 높은 금연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며 "금연을 시도하는 환자들에게 권장되고 있고 처방 시에도 금연 보조제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질병분류기호 상 F17은 '담배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 장애(Mental and behavioural disorders due to use of tobacco)'로 분류되고 있지만 생명보험사들은 F코드에 의한 불이익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병명을 떠나 진단명이 '정신 및 행동장애'에 포함된다면 보험 가입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보험금 지급도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니코틴 중독에 의한 처방을 받았다 하더라도 질병분류 코드가 F로 시작된다면 무조건 보험 가입은 반려하고 있다"며 "의사의 진단서가 첨부될 경우 가입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F코드를 부여받을 경우 약관에 따라 보험사에서 보험 해지를 요구해도 아무런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인권 침해의 요소도 존재하는 이 같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학생을 둔 부모의 경우 수배에 달하는 정신과 치료의 비보험 처리를 요청하기도 한다.
챔픽스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화이자 제약 관계자는 "챔픽스를 처방받기 위해 반드시 질병분류코드를 입력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챔픽스로 인해 문서상 질병을 얻게 되는 이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 이상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앞으로 복지부나 심평원과 협의를 통해 개선점과 보완점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