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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여행시 발생하는 혈액순환장애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pulmaemi 2018. 7. 31. 21:31

비좁은 이코노미석에서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앉아서 가는 승객들에 주로 발생


[메디컬투데이 임우진 기자]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연중 최대 휴가시즌인 7월과 8월에 많은 인파가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전망이다.

​한 여행사의 여름 성수기 기간(7월 28일~8월 12일) 예약현황에 따르면 이번 시즌 여행상품과 항공권을 구매한 여행객은 역대 최대 출국자수를 기록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8% 증가했다. 

그러나 여행의 설렘과 동시에 비행기 안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이다. 비좁은 이코노미석에서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앉아서 가는 승객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최익준 교수의 도움말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 불리는 심부정맥 혈전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의학적으로 다리에 발생한 ‘심부정맥 혈전증’을 의미한다. 좌석 좁은 이코노미석에 장시간 앉아있으면 다리가 붓고 아프며, 호흡 곤란 같은 신체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것이다.

​심부정맥 혈전증은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움직임 없이 앉아 있는 환경이 원인이다. 좁은 공간에서 다리를 못 피면 혈액순환이 안 되기 마련이다. 심장으로 가야 할 다리의 피가 정체되면서 응고돼 ‘혈전(혈액 덩어리)’이 생기고 이것이 혈관을 막아 피가 흐르지 못해 우리 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혈전이 폐의 혈관을 막으면 돌연사 할 위험이 높아지고 심한 경우엔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을 느끼며 사망에 이른다. 

최익준 교수는 “비행기 내부의 기압과 산소 농도는 지상의 80%에 불과하고 습도는 5∼15%로 낮은 편이다”며 “이 때문에 오래 탑승하면 피의 흐름이 둔해지며 비행기 객실 내의 압축된 공기가 혈액을 더욱 점액성을 띠게 해 혈액이 쉽게 뭉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부정맥 혈전증은 기내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비좁은 차 안에만 있거나 오랫동안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또한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지진 당시, 자동차에서 피난 생활을 하던 50대 여성이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또한 기온이 낮은 때에는 다리의 혈액을 심장으로 보내는 힘이 약해져서 심부정맥 혈전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심부정맥 혈전증의 초기 증상은 다리가 붓고 저린 것이다. 피가 고이면서 갑자기 다리가 걷기 불편해질 정도로 탱탱해지고 저리게 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며, 흉통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혈전이 정맥을 막거나 폐로 들어가는 혈관을 막게 되면 폐동맥 색전증이 발생해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느껴지고 피부가 붉은 색이나 파란 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심부정맥 혈전증 초기 증상이 발 저림으로 경미한 수준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폐동맥 색전증으로 악화되면 상태가 심각해지므로 심부정맥 혈전증이 의심될 경우 혈액검사와 혈관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게 좋다. 

심부정맥 혈전증 증상이 가벼울 땐 혈전을 녹이는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약물요법으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다면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문제가 발생한 혈관에 삽입해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이거나 제거하는 혈관 중재술을 받아야 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평소 혈액 순환이 잘되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 

최익준 교수는 “일반적으로 심부정맥 혈전증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복부비만,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자와 중년 이후 남성, 임산부에게서 발생률이 높다”며 “​배가 나온 중년 남성과 임산부는 복부 쪽의 혈액 압력이 높아져 있어서 혈액이 다리에 정체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시간 앉아 있어야 된다면 발목 운동이나 스트레칭 등을 통해 종아리 근육을 반복적으로 수축시켜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도록 하며, 1~2시간 마다 비행기 복도를 걸으며 혈액의 정체를 막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임우진 기자(woojin180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