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휴식과 의식적인 눈 깜빡임 필요”
[메디컬투데이 김지효 기자]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김지영(40)씨는 최근 아이가 눈을 자주 깜빡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안과를 찾았다가 아이가 안구건조증세를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해 몰두해 있었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컴퓨터 작업, 콘택트렌즈 사용 등이 늘면서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든 탓에 안구건조증 등의 안과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드림성모안과 강남클리닉 이동성 원장은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서 눈물 분비량이 줄어 장년층에서 안구건조증이 많이 발견됐지만 요즘엔 컴퓨터와 건조한 환경에 많이 노출돼 있는 젊은 직장인과 어린 학생들이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 과도한 ‘몰입’, 안구건조증으로 돌아와
안구건조증은 눈물 생성이 부족하거나 눈물 층의 이상으로 눈물이 과다 건조돼 생기는 질환이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고 컴퓨터 앞에서 오랫동안 작업하거나 게임에 몰입할 경우 안구건조증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안과 송종석 교수가 2007년 고등학생 15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작업 종류 및 시간이 눈 깜빡임과 안구건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컴퓨터 게임 시 1분당 눈 깜빡임 횟수는 약 5회로 평균의 1/3(15~20회)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15초 정도 눈을 감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눈물막 파괴시간이 평균 11초인 것을 감안하면 게임을 할 때 눈 보호지수가 낮아지고 특히 게임에 몰입할수록 눈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컴퓨터로 인한 작업량이 많은 직장인들이 안구건조증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건조한 환경에서 눈 깜빡임 없어 일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예본안과네트워크가 2008년 한 해 동안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환자의 약 60%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질환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콘택트렌즈 착용, 스트레스, 내분비기능 이상 등이 안구건조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찰나의 ‘눈 깜빡임’이 중요한 이유
안과 전문의들은 사람들이 평균 1분에 15~20회 정도 눈을 깜빡이며 그 이유는 눈물이 마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입을 모았다.
드림성모안과 이동성 원장은 “자동차 워셔액을 눈물이라 하면 와이퍼는 일종의 눈 깜빡임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며 “눈을 깜빡이면서 눈물을 통해 안구 표면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눈물층에는 항균작용을 하는 면역물질이 존재해 세균 또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힘을 갖고 있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안과 이상목 교수는 “눈물에는 항균성분이 들어있는데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면 각막표면에 상처가 생기게 되고 이때는 상피세포에 의한 물리적 방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염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컴퓨터 작업, TV 시청, 운전 등에 주의를 집중하면 눈을 깜빡이는 것 자체를 스스로가 억제하게 된다”며 “의도적으로라도 눈을 깜빡이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에 몰입해 있는 학생들을 많이 지켜봐 온 중독예방본부 김형근 소장은 “학생들이 게임에 집중할 때는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는다”며 “이 때문에 안과 질환뿐만 아니라 손목터널증후군(손목 저림 및 통증 등), 무기력증 등 다양한 건강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로 유명한 임요환 또한 모 방송에서 눈을 깜빡이면 몰입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게임 중에는 눈을 잘 깜빡이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그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의식적으로 한번씩 ‘깜빡’
안과 전문의들은 눈을 깜빡이는 것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아직 없다며 눈 건강을 위해 눈 깜빡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눈이 심하게 피로하고 건조할 때는 인공눈물을 한 두 방울 떨어뜨리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안구건조증의 원인에 따라서 맞는 인공눈물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 후 인공눈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안구건조증이 심할 경우 약물치료가 우선이지만 눈물이 내려가는 통로를 막아주는 누점폐쇄술 등의 수술적 치료도 가능하며 최근에는 눈물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물도 개발돼 있다.
눈 ‘깜빡’은 비록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효과는 결코 찰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안과의사회 이헌일 학술이사는 “눈꺼풀과 눈알 사이에 눈물이 없어지면 마찰이 증가해 눈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눈 깜빡임을 좋게 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이사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고 50분 정도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 10분 휴식을 취하며 휴식 시 스트레칭, 멀리 바라보기, 눈 마사지 등으로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김지효 기자 (bunnygirl@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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