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황영주 기자]
갑질이란 갑이란 단어 뒤에 행동이나 태도를 뜻하는 접미사 질이 붙어 만들어진 신조어다. 갑질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주변에 존재했다. 갑질은 이제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하나의 용어가 되어 버렸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사의 무리한 요구와 욕설, 모멸감을 겪었거나 고객사의 갑질을 당했다는 직장인이 전체의 88.6%였다.10명 중 9명이 갑질을 경험한 것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종하 교수는 “갑질은 대부분 잘못 형성된 자존감에서 기인한다”라며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은 자신이 매우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건강하지 못한 자존감은 상대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불 같이 화를 내거나 폭력을 행사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갑질을 일삼는 이들은 지금 자신의 언행이 상대에게 어떤 감정적 영향을 미칠지에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래도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경제적, 사회적 혹은 인격적으로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삐뚤어진 확신이 그런 생각에 힘을 실어 준다.
부나 명예, 재력이 곧 자신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기에 ‘나=대단한 사람’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낸다. 이런 공식을 바탕으로 그는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무례를 범해도 되며 이는 사회적으로 묵인(용인)된다고 생각한다. 언행에 제지를 받지 않고 넘어가게 되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면서 그 공식은 마치 불변의 법칙처럼 확신으로 변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갑질이 매우 당연한, 문제시 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흔히들 자존감이 낮으면 행복하지 못하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자신에 대한 불확신과 불안정한 심리 상태 때문에 우울증을 앓게 되거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들끓는 내면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분노 조절 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자존감이 높아야지만 행복해지는 것일까?
결국 자존감이 높고 낮음보단 어떻게 형성이 되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개인의 기질, 성격, 성장과정을 통해 건강하게 형성된 자존감은 대인관계에서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부나 재력, 사회적 지위와 같이 사회 평가적인 요소들로 인해 형성된 자존감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 위에 지은 집이나 다름없다.
갑질을 일삼는 이들은 실제 건강한 자존감을 지녔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들의 지나치게 높은 자존감은 실은 확신이나 긍정적인 내면의 힘이 작용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최면으로 일궈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내면에는 ‘나는 그럴만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노력하지 않고 얻은 부와 명성으로 쌓은 위태로운 위치’라는 생각도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불안해하며 누군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자신을 대하지 않을 때 분노를 표출하고 노심초사하며 화를 쏟아내는 것이다. 결국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이종하 교수는 “건강한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노력, 그리고 주변의 격려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단순히 자존감만을 높이려는 교육이 아니라 긍정적인 개인적 경험과 안정적인 대인 관계를 통해 올바른 인격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며 주변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황영주 기자(yyjjoo@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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