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
# 평소 두통이 심해 고민인 직장인 A씨는 갑자기 머리가 아픈 증상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잠에서도 깨 고민이다. 단순 두통이라고 생각해 진통제만 구매해서 복용했는데 통증 빈도가 잦아져 병원에 가야하는지 걱정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일생에 한 번 이상 두통을 경험한다. 통계자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두통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머리에서 느끼는 통증'인 두통은 그 원인도 다양한데 대부분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즉 두통 자체가 질환인 원발두통(편두통, 긴장형두통, 군발두통)이지만 소수에서는 다른 원인에 의해 머리 통증으로 나타나는 이차두통도 있다.
이차두통의 원인 중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것들로는 머리와 목의 외상 및 손상, 머릿속 또는 목 주변의 혈관질환, 머릿속 압력 상승, 뇌종양, 연탄가스 등의 일산화탄소 중독, 뇌수막염 등의 감염, 그리고 물질금단에 의한 두통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이차두통을 조기에 진단해서 원인을 해결을 해주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다르면 편두통 환자 수는 2010년 대비 2017년까지 약 29% 증가했지만 아직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두통을 앓고 있는 사람은 100명 중 1명 꼴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비교적 쉽게 진통제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통은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두통을 방치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으로 한두 번 두통이 있을 때 증상 조절을 위해 단기간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지만,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할 경우에는 약물 과용이 되기 쉽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평소보다 두통의 강도가 심해지고 빈도도 잦아지게 되는데 이를 '약물과용두통'이라고 한다. 약물과용두통은 약물을 중단해야 두통이 호전되는데, 문제는 습관처럼 진통제를 들고 다니면서 약을 남용해왔던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끊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통원치료를 하는 중에도 두통이 조절되지 않아서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결국 가볍게 여겼던 두통이 약물과용두통을 포함한 만성두통으로 변질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두통 환자들의 상당수는 두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실제 환자들은 효율적인 가사생활, 여가활동, 사회활동 등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결국 삶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신경과 박중현 교수는 “두통 환자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일반 인구에 비해 편두통 환자의 우울증은 3배 이상,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는 5배 이상 정도까지 이른다”며 “이러한 정신장애는 두통이 처음 발병하는 연령대인 10~20대에 시작되어 노년에 이를 때까지 지속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볼 때 결코 '가벼운' 두통이란 없다. 즉, 두통도 병이라는 것이다. 두통이 매우 흔하고 단순한 증상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뇌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평소 본인의 두통 증상에 대한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두통 일지는 두통의 정확한 진단 및 정보 습득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정확한 진찰을 통해 이차성 두통의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여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두통증상 일지는 ▲어느 부위가 아픈지 (뒤통수, 이마, 머리 전체 등) ▲어느 정도 심한지 (머리가 울린다, 깨진다, 멍하다 등) ▲한 달에 몇 번 정도 생기는지 (주 1회, 월 1회 등) ▲두통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30분 이내, 1~2시간, 하루 종일 등) ▲주로 어떤 상황에서 생기는지 (아침, 오후, 수면 중 등) ▲어떤 증상이 동반되는지 (구토, 콧물 등) 등을 작성하면 좋다.
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lhs783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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