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질환·감염병

구충제 매년 복용 권장?…"예방 목적 의미 없어"

pulmaemi 2018. 3. 27. 13:54
회충·편충 양성률 0.5% 밑돌아

[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 

최근 귀순 병사 개복수술 과정에서 장내 회충이 수십 마리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충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가운데, 매년 구충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 허선 교수는 ‘구충제를 매년 복용하여야 하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국내 인구 중 회충·편충 양성률이 0.5%를 밑도는 시점에서 더 이상 알벤다졸, 플루벤다졸 등 구충제를 의사 처방 없이 정기적이나 예방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권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감염이 의심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 충란 양성이 나올 때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을 권한다는 설명이다. 

구충제는 연충증에 듣는 약제를 뜻하는 말로 연충은 선충·흡충·조충을 포함한다. 인체 연충 감염에 사용하는 구충제에는 크게 선충증에 사용하는 것과 흡충증이나 조충증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뉜다.  

회충 감염의 전파방식은 주로 사람 손에 흙이 묻으면서 같이 오염된 회충 충란이 입으로 들어와 생긴다. 과거 월동용 김치를 통해 감염이 많이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되며 인분을 퇴비로 쓰는 환경에서도 유행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국민 회충란 양성률은 1971년 54.9%에서 1992년 0.3%, 2013년 0.06%, 2012년도 0.025%로 감소했다. 지난 1966년 기생충질환예방법을 도입해 1971년부터 2012년까지 장내기생충 조사와 구충제 투여 사업을 시행해 감염자 자체를 줄이는 동시에 인분을 퇴비로 사용하는 것을 막아 감염원을 차단한 결과 감소한 것으로 허 교수는 추정했다.

편충은 회충과 같이 토양매개성 연충으로 같은 감염경로를 갖고 체내 충란 섭취 시 회충과 달리 타 기관으로 이행하지 않고 대장에 기생한다. 편충은 1971년 64.5%에서 1992년 0.2%, 1997년 0.04%, 2004년 0.27%, 2012년 0.4%로 감소하다가 약간 증가했다. 

요충증은 접촉감염성 연충 질환으로 주로 집단생활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높은 양성률을 보인다. 오염된 환경에서 공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오거나 오염된 사물을 손으로 만졌을 때 들어오기도 한다. 증상은 항문 주위 통증이나 가려움증, 수면장애 등이 있다.  

암컷이 항문 주위에 바늘 모양의 꼬리를 꽂고 산란하는 경우 통증이 있고 체내에 들어와 대장이나 맹장에 기생하며 산란하다가 생애를 마감해 진단이 어렵다. 

요충란의 경우 1971년, 1976년도에는 대변검사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낮은 양성률을 보였으나 1981년부터 항문주위 도말법을 시행해 12%의 양성률을 보였고, 이후 1997년 0.6%, 2004년 0.62%, 2012년 0.0042%의 양성률을 보였다.

최근 인터넷 웹 등에 비의료인에 의해 구충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감염 의심에 따른 의사의 확진 없이 치료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허 교수는 강조했다. 

예방목적 역시 의학적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구충제를 먹는다고 혈중 농도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알벤다졸의 경우 반감기가 8~12시간이며 플루벤다졸 역시 9시간이라 구충제 복용 후 바로 회충, 편충, 요충에 감염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예방효과가 없고 혈중 구충제 농도를 유지하려면 지속 복용해야 하므로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인터넷상에서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라는 내용은 2018년 한국에서는 잘못된 내용임을 모두가 이해하고 의료인도 이런 질문을 받을 경우 정확하게 필요없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lhs783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