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면서 인간은 한 단계 진화를 할 수 있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손은 밖으로 나와 있는 뇌'라고 말한 만큼 손은 중요한 부위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가사노동을 많이 해온 주부들에게서 손목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손목터널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17만4763명으로 2007년(9만5622명) 대비 83% 증가했다. 이중 여성은 13만5427명으로 환자 5명 당 4명꼴로, 이 중 50대 여성 환자는 5만7865명으로 전체 환자의 1/3을 차지했다. 그리고 2,30대의 경우 2016년 2만1143명으로 2010년(1만6214명)보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이상욱 교수는 “정형외과 질환에도 유행이 있다. 이전에는 생활스포츠 인구의 증가로 테니스·배드민턴 엘보 등 팔꿈치 통증 환자가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손목·어깨·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목의 손바닥쪽의 피부조직 밑에 근육의 힘줄과 신경이 지날 때 위에서 덮어주는 막이 존재한다. 이를 가로 손목 인대(수평 손목 인대, 횡수근 인대)라고 하며, 이 인대와 주변 조직에 의해 둘러 싸여진 공간을 수근굴 또는 수근관이라고 한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수근굴(수근관) 내의 압력이 증가하여 이 굴을 지나가는 구조물 중의 하나인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한다.
손목의 반복된 사용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근육 및 인대가 부어 엄지손가락과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손가락의 반의 감각과 엄지손가락의 운동 기능의 일부를 담당하는 정중 신경이 압박되어, 손과 손가락의 저림, 통증, 감각저하, 부종, 힘의 약화 등이 나타나는 말초신경 압박 증후군이 바로 손목터널 증후군이다.
가로 손목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근육의 힘줄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어 자극되고 염증이 있으면 힘줄을 둘러싸는 막이 두꺼워지고 붓게 되다. 이때 수근굴(수근관) 내 구조물의 부피가 증가해서 상대적으로 공간이 좁아져 정중 신경이 눌리게 된다. 또한 감염이나 손목의 골절로 인한 변형, 관절 탈구, 종양 등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직업적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거나 포장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 잘못된 습관 등 반복적으로 손목을 구부리고 펴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발생 빈도가 높다. 그 외에 비만, 당뇨, 류마티스 관절염,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는 사람에서도 많이 생긴다.
최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거나 자녀 양육 및 기사노동을 많이 하는 주부들에게서 손목터널 증후군(수근관 증후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손목이 낮은 자세로 작업하는 것에서 대부분 문제가 생기므로 손목과 손가락을 피아노를 치듯 평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한다”며 “손목터널 증후군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자세를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목터널 증후군의 주요 증상으론 손바닥, 손가락, 손목 통증, 저림, 감각이상 등이다. 특히 손목터널 증후군 증상이 심할 경우 손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심할 경우에는 엄지 근육이 위축되어서 납작하게 된다.
손목터널 증후근을 진단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신경타진 검사, 수근굴곡검사, 정중신경 압박검사를 진행한다. 좀 더 정확한 손상부위를 알아보기 위해 방사선 검사나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하여 손 저림증을 확진 할 수 있다.
비교적 증세가 가벼운 경우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며, 소염제 복용 및 수근관 내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하여 일시적으로 증세를 완화할 수 있지만 재발할 확률이 높다.
이와 같은 치료에도 계속 아프거나, 증상이 심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이 계속 무감각하고 무지구(엄지손가락 근육부위)의 근육위축이 있는 경우는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수술방법은 횡수근 인대를 잘라주어 수근관을 넓혀주는 것으로 수술시간은 10분 정도이며, 당일 입퇴원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손목터널 증후군은 초기증상이 미미해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신경조직이 상해 만성화가 되거나, 근육의 위축이 진행돼 운동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전문의를 찾아 상담 및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ed3010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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