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담도, 췌장질환

두 형제 삶 지켜낸 ‘생체 간 이식’…1년 생존율 90% 이상

pulmaemi 2017. 11. 27. 15:24
강동경희대병원 주선형 교수 “내과, 외과가 함께해야 위험요인 관리 효과적”

[메디컬투데이 남재륜 기자] 

강동경희대병원 간이식팀은 최근 간경화로 발전한 B형간염 환자의 생체 간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간경화는 간이 염증으로 섬유화되어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인데, 말기 간경화(간경변)는 약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고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간이식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A(43/남)씨는 오랫동안 앓아온 B형 간염과 이에 따른 간경변이 진행된 환자다. 지난 5월부터는 복수, 호흡곤란, 식도 정맥류 증상으로 신현필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복수천자와 이뇨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신 교수는 환자상태를 고려했을 때 간 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뇌사자 간 이식의 경우 대기자가 많아 생체 간 이식을 고려했다. 같은 혈액형을 가진 A씨의 형인 B(45/남)씨가 기증의사가 있었지만, 체격차이와 중증도 이상의 지방간이 있어 당장 진행이 어려웠다. 그래서 B씨는 두 달간 식이조절과 체중감량을 통해 간 기증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었고, 외과 주선형 교수에 의해 간이식 수술을 진행됐다.

수술 당일 10명 이상의 의료진이 참여한 가운데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의 마라톤 수술이 이어졌다. 간 기증자(B씨)의 간의 해부적 구조는 오른쪽 간으로 가는 동맥이 2개, 추가 간정맥이 1개가 발견돼 수술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외과 주선형, 이승환 교수팀은 차분히 대응했다. 먼저 B씨 간의 간동맥 2개를 1개로 만들어서 A씨에게 이식했다. 이어서 간정맥 각각 연결에 성공했다. 기증자의 안전을 위해 B씨의 간 65%를 떼어내 A 씨에게 이식했다. A씨는 수술 후 6일 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이식편으로 가는 혈관에도 이상 소견이 없이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한 후 얼마 전 퇴원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한 주 교수는 “이번 간 이식 수술은 혈관 문합의 난이도가 높고 B씨의 이식편대 수혜자 중량비(이식할 간의 무게와 이식받을 환자의 체중과의 비율)가 다소 부족했지만 이식된 간이 충분한 기능을 했다”며 “우리병원 내과, 외과가 함께하는 간이식팀이 협진을 통해 위험요인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수술 후에도 면역 거부 반응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B형이나 C형 만성간염이 있는 사람은 간암 발생률이 매우 높다. 실제 전체 간암 환자의 80%는 B형, C형 간염이 원인이 된다. 간염에 의한 간경화는 물론 간암까지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은 간 이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사자의 장기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증가하고 있는 이식 대기자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뇌사자 간을 이식 받는 데까지 평균 267일이 필요하다. 

최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체 간 이식이 활성화되고 있다. 생체 간 이식은 기증자가 있으면 여러 검사를 통해 기증의 적합성 판단이 가능하고 뇌사자 간 이식과 달리 빠른 시일에 수술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간이식의 85% 정도가 생체 간이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생체 간 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간 우엽이나 간 좌엽 또는 좌외측엽을 절제하여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기증자의 간은 수술 후 수개월이 지나면 충분한 크기로 커진다.  

신 교수는 “생체 간 이식은 간의 일부분만을 이식 받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뇌사자 간 이식보다 3년 생존율이 약 9.6% 높다. 뇌사자 장기는 이미 이식 당시에 어느 정도 기능이 저하되어 있지만 생체 간 이식은 그렇지 않다”며 “하지만 진행이 많이 된 간암에서는 어떤 간이식이든 시행결과가 나쁘기 때문에, 간암의 경우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재륜 기자(newroo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