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오수빈 기자]
인천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술에 취해 모르는 여학생을 폭행한 취업준비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학교 휴학생이었던 A씨는 범행 당시 만취 상태로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극심한 취업난에 취업이나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청년들이 스트레스를 술로 달래고 있다. A 씨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술에 취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거나 일부는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영 원장은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청년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취업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하고 있다”며 “특히 이들의 음주가 불안, 우울과 같은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가처방의 행태를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논문 ‘대학생의 우울, 대처동기, 음주문제의 관계: 자가처방가설의 검증’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경쟁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불안과 우울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술을 선택하고 있으며 결국 술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태영 원장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진입하는 과정에 놓인 대학생들의 경우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처음 입학 후 대학교에 적응하는 시기와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와 같은 특정 시기에는 더욱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더욱이 지금처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이러한 스트레스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음주로 해결하다 보면 결국 습관이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진다는 데에 있다.
실제 논문 조사 결과 알코올 의존성 경향을 보인 대학생의 비율이 전체의 16.3%를 차지했으며 성인보다 대학생의 음주 문제 정도가 고위험 음주, 알코올 남용, 알코올 의존과 같은 모든 영역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과도한 음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스스로 음주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이 20대가 7.2%로, 30대(3.5%)와 40대(3.6%)의 거의 2배 수준이었다.
김 원장은 “자신의 고통이나 불편한 감정을 술로 해결하다 보면 제대로 된 스트레스 대처 방안이나 부정적 감정 조절 능력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또다시 술을 찾게 된다”면서 “이러한 반복적인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지속돼 결국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당장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마신 술은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음주로 인한 여러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또한 이를 청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예방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지난 6개월 간 2번 이상 블랙아웃을 겪었다면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메디컬투데이 오수빈 기자(others112@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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