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강현성 기자]
뇌의 해마는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을 기억하는데 필수적인 뇌 영역이다. 해마에 있는 각 세포가 우리가 있는 특정위치를 암호화하기 때문에, ‘장소 세포’라고 일컫는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내 몸 안의 GPS, 장소 세포에 대한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세바스쳔 로열 박사는 KU-KIST 학연프로그램을 통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최준식 교수팀과 공동으로 공간과 사건/상황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장소 세포의 기작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해마라는 뇌의 부위에서 발견된 장소 세포는 장소를 인지하고 자기좌표를 파악해 길 찾기에 도움을 주는 신경세포로 동물과 인간이 어떤 특정한 위치에 있는 경우만 발화하기 때문에 공간 좌표를 부호화한다고 알려진 신경세포이다. 해마의 장소 세포에 관한 연구는 2014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행동인지신경과학 분야의 첨단 주제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진은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모든 장소 세포가 같은 방식으로 공간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한다는 학설에 반해, 장소 세포는 공간적 정보와 비공간적(감각적) 정보를 집적하는 두 종류로 분명히 구분되며, 이들이 해마상의 해부학적 구조를 따라 상․하층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가 거칠거나 부드러운 바닥 혹은 튀어나온 돌기 등 다양한 촉각 단서가 부착된 트레드밀을 걷게 하면서 뇌의 신경활동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의 해마에 정교한 반도체 기판으로 이루어진 미세전극을 삽입해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장소 세포의 활동을 동시에 기록했다.
기록된 장소 세포들은 트레드밀 상에서의 위치를 부호화하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그룹은 기존의 장소 세포 이론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트레드밀 상의 특정 위치에서 발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두 번째 그룹은 트레드밀 상의 위치와는 상관없이 어느 특정 촉각 단서에 의존적으로 발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예를 들어 튀어나온 돌기 형상의 촉각 단서를 중심으로 발화하는 두 번째 그룹의 장소 세포의 경우, 그 촉각 단서를 제거하자마자 발화가 사라졌고 반대로, 트레드밀의 다른 위치에 똑같은 촉각 단서를 부착하기만 하면 즉시 유사한 발화 양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 장소 세포들의 발화 방식은 다양한 실험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두 종류의 장소 세포들이 해마의 같은 영역에서 서로 다른 층(layers)을 따라 배열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까지의 장소 세포 관련 연구들은 해마의 영역에 따른 수평적 분포에 집중했으나, 이번 연구진은 같은 영역에서 깊이에 따른 수직적 분포를 기능적으로 구분했다.
세바스쳔 로열 박사는 “기억의 핵심을 담당하는 해마가 장소와 관련된 추상적 정보를 어떻게 부호화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한발 다가섰으며, 이러한 결과는 기억상실증이나 치매와 같은 기억 관련 질환들에서 망가진 신경회로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을 발견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새로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휴먼프런티어 사이언스 프로그램, 미래창조과학부의 뇌 원천 연구사업 및 KIST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결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2월 20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강현성 기자(ds1315@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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