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담배 피는 사람, 왜 침 뱉을까?

pulmaemi 2009. 5. 11. 07:19

습관적·심리적 요인 강해…흡연→'구강건조증' 유발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주위에 담배 피는 사람들의 습관에서 빠지지 않는 행동 중의 하나가 바로 '침'을 뱉는 행위다.

흡연 경력 11년 민모(26)씨는 "침이 입 안에 있으면 더러운 것 같고 뱉어야 직성이 풀린다"며 "침 속에 타르랑 니코틴 성분이 용해 돼 몸에 더 안 좋을까봐 뱉게된다"고 말했다.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담배연기만큼이나 혐오스러운데 담배 피는 사람들은 왜 침을 삼키지 못하고 뱉게 되는 것일까.

◇ 똑같이 담배폈는데 왜 나만?

보건복지가족부가 2008년 하반기 성인흡연실태를 조사한 결과 만 19세 이상 성인흡연율이 22.3%로 조사돼 2008년 6월 21.9%보다 소폭 상승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렇듯 흡연인구가 쉽사리 줄지 않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흡연 습관도 좀체 바뀌지 않고 있다.

한국에 유학 온 한 외국인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 사람들이 아무데서나 거침없이 침을 뱉는 것을 꼽았다.

특히 밥을 먹고 식당에서 밥그릇 등에 침을 뱉는 게 가장 불쾌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흡연자들은 남들이 안 좋게 생각할 거란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담배를 피면서 침을 뱉는 것이 어떤 원인 때문인지에 대해 전문의들이 제시한 첫 번째 가설은 바로 가래다. 흡연자들은 가래가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그것을 자꾸 뱉어내면서 침을 뱉는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가래가 뱉어낼 수 있을 정도로 올라온 것은 이미 불필요한 것으로 목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뱉어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가설은 습관적으로 가래가 아닌 침을 뱉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충분하다.

또 두 번째로 담배를 피우기 위해 빨다보면 음압이 발생해 입 안의 침을 다 없애버려 건조하고 텁텁해지니까 일부러 더 만들어내려고 하는 행위일 것이란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것에 대해서도 역시 똑같이 담배를 피지만 침을 뱉지 않고 삼키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영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서완석 교수는 "담배를 피면서 하는 행동적인 측면은 동료들이나 선배들이 했던 것을 관찰하면서 보고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며 "청소년들의 경우 외모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고 TV에 나오는 것을 막연히 따라하게 돼 습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흡연자들이 담배가 유해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담배를 피며 즐거움을 얻고 있지만 입 안의 물질을 배출하는 행위를 통해 최소한의 유해성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 침은 뱉지 말고 가래는 뱉어라?

보통 침에 타르나 니코틴과 같은 담배의 유해한 성분 때문에 삼켰을 경우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전문의들은 침에 들어있는 유해성분은 흡입하는 것에 비해 미미하다고 일축했다.

또 침과 가래를 구별할 수 있다면 가래는 뱉는 것이 좋고 침은 뱉으면 안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희의료원 치과병원 구강내과 전양현 교수에 따르면 침은 우리 몸에 침입하는 각종 병원성 물질에 대해 1차 방어선이며 침 속의 과산화수소·라이소자임 등이 살균의 역할을 한다.

또 침이 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상처를 빨리 낫게 하며 침이 부족할 경우 상처가 빨리 낫지 않고 점막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

전 교수는 "침은 아주 중요한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흡연을 하면 침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침을 많이 뱉다보면 구강건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는 "가래는 뱉어내는 것이 맞고 침을 삼킨다는 것은 폐에서 올라와 위로 들어가는 것인데 그 안에 녹아 들어가는 유해성분의 영향은 미미하므로 그런 우려라면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가장 좋은 것은 담배를 끊는 것이지만 침을 무조건 뱉기 보다는 생수를 많이 마셔서 희석시키거나 껌이나 사탕을 이용해 입 안의 텁텁함을 가시게 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이어 경희의료원 치과병원 구강내과 홍정표 교수도 "담배를 피면 발암물질들에 점막이 그대로 노출되는데 침을 뱉는다고 해서 구강점막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길거리에 침을 뱉는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 1조 17호에 의해 처벌대상이며 3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돼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영자 기획실장은 "외국과 달리 우리는 침을 뱉는 행위에 대해 관대하고 현행범이 아니면 신고를 해도 이미 행위가 이루어진 뒤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며 "벌금이 지금 보다 훨씬 높아진다면 경각심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elle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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