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환자에 닿지 않는 항암신약의 ‘손길’

pulmaemi 2017. 1. 20. 13:48
의약품 시판허가·급여결정 신청 동시 진행 필요성 제기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생명과 직결된 항암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WHO에 따르면 암은 전 세계적으로 전체 사망자 중 13%인 740만 명을 차지하는 주요 질환이다. 201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수명(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6%에 달한다. 평생 살면서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암환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부터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방식을 기존의 네거티브 시스템에서 치료·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약제만 선별해 급여화하는 선별등재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신약은 식약처 허가만 받으면 시판이 가능하게 됐다.

약값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되는 환자들과 민간 실손·생명 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은 곧바로 신약으로 치료받아 생명을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을 연장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약값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 환자들이나 민간 실손·생명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신약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많아 의료현장에서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항암제가 건강보험 급여가 되기까지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제약사의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1상과 2상, 3상 등의 전임상을 시행하고 이와 관련한 입증 자료를 만든다. 

이후 식약처가 시판허가를 내면, 심평원의 급여결정과 건보공단의 약가협상을 거쳐, 건정심 심의·의결을 통해 복지부 고시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가 결정된다. 

그러나 국내 항암 신약 접근성은 OECD 20개국 중 17위로 매우 저조한 상황이며, 항암 신약의 보험이 등재되기까지 평균 601일(제약업계 기준)이 걸려, OECD 20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항암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의약품의 시판허가와 급여결정을 위한 신청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 신속한 환자 접근성 보장 불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환자포럼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안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처장은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신약이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을 경우 환자는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 항암제의 신속한 접근성 보장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약처와 심평원이 동시에 심사, 결정을 해서 식약처 허가 후 신약이 시판되는 즉시 모든 해당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 약가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후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약가협상을 완료한 후 차액을 정산하는 구조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당국은 신약의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품은 식약처의 안정성·유효성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며 “식약처의 평가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심평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같이 치료적·경제적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을 선별해 급여화하는 이탈리아,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등재 기간이 긴 편”이라며 “고가의 표적·면역 항암제에 대해 보험적용 방안을 마련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