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기자들을 박살내는 봉하마을 아주머니의 절규

pulmaemi 2009. 4. 28. 13:55

(서프라이즈 / 방랑객 / 2009-04-27)


오늘 이 글을 통해 평범하면서도 아주 특별한 봉하마을 아주머니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분은 지난 봉하마을 주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일방적 매도와 검찰의 편파 수사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을 때부터 매스컴의 조명을 받으며 알려진 분이기도 하지요.

 

제가 이분을 만난 것은 봉하마을 주민들의 시위가 있은 다음 날 아침 봉하식당을 찾았을 때입니다. 그때 아주머니는 오전 10시30분경 식당을 찾은 저에게 “오늘 아침 TV 뉴스를 보셨나요?”하며 물었다. 내가 “보지 못했는데요”라며 답하자 어제 봉하마을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했던 것이 오늘 아침 모든 TV에서 방영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두환, 노태우의 부정축재를 거론하며 노무현 대통령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을 검찰과 언론이 억지로 꿰맞추려 한다며 언성을 높이더니 검찰의 말대로라 하더라도 주변에서 박연차에게 받아쓴 돈이 이 양반들에 비하면 ‘코끼리 코에 비스킷’이라며 이런 것을 가지고 전두환, 노태우를 거론하며 고의적으로 노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천신일이 엄청난 돈을 박연차 등으로부터 받아먹고 이상득이가 추부길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면서 이것은 조사하지도 않고 깔고 뭉갠다면서 검찰과 언론이 너무나도 편파적이라며 울분을 토하였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사저와 연지 등 주변을 둘러보고 주차장 쪽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봉하 주민과 기자들과의 언쟁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주민들을 도와줄 생각으로 언쟁이 벌어지고 있는 봉하 빵가게 뒷편으로 가보았다.

 

그곳에서 아주머니는 싸가지 없는 기자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힘없는 사람에게는 온갖 말을 꾸며내며 마음대로 글을 쓰면서 좃선의 방가에게는 입도 뻥긋 못하는 당신들이 무슨 기자들이냐?”며 호통치기도 하고 “세상이 다 아는 BBK에 대해서도 일언반구도 않는 너희들이 뭐 한다고 카메라 들고 와서 주민들을 못살게 구느냐?”며 다그치기도 하고 “너희들이 먹은 음식쓰레기는 너희들이 치워야지. 왜 아무 데나 버려 마을을 더럽히느냐”며 “국민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를 강조하면서 너희들은 아무 데나 버리는 위선을 행하느냐”며 일갈 하기도 했다.

 

 

아주머니의 기자들에 대한 호통을 들으며 아주머니에게 호응하기도 하고 기자들의 잘못된 행동을 다그치기도 했던 인연으로 나는 아주머니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 또다시 봉하식당을 찾아 아주머니를 만나 본 후 대통령 사저 쪽으로 가던 길에 작년 유시민 장관 선거 지원과 촛불집회 때 자주 만났던 시민광장 회원분을 우연히 만나 사저 주변과 화포천을 둘러보고 주차장에 들렀다가 아주머니를 보았다.

 

아주머니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여기는 관광지이고 이 주차장은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이지 언론사 나부랭이들을 위한 주차장이 아니다. 당장 차를 빼시오”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나는 이러시는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 화이팅”을 외치며 주차장을 떠났다가 오후 늦게 집사람과 함께 다시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주변도 둘러보고 오전 방문 시 알게 된 사람들을 만나 언론과 검찰의 말도 안 되는 짓거리에 대해 담소를 즐긴 후 주차장에 돌아왔다. 또다시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또 만났네요”라며 “주변에 있던 방송차와 기자들을 다 쫓아보냈다”면서 아주 기분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5살 난 손녀가 있는데 이 손녀에게 장자연 리스트에 올라있는 성 접대를 받았다는 방가가 조사받고 죄가 있으면 형사 처벌을 받는 세상, BBK에 연루된 이명박이 처벌을 받는 세상, 힘있는 여권 실세도 의혹이 있으면 조사를 받고 죄가 밝혀지면 당연히 형사 처벌을 받는 세상, 이처럼 권력·금력 유무에 관계없이 죄를 지으면 조사받고 벌을 받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크나큰 힘이 됩니다”라며 결의에 찬 눈빛으로 “봉하마을과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가 지킵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이 50중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농촌 아주머니를 이처럼 언론과 기자들에게 분노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게 만들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단지 고향사람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검찰과 언론의 단순한 편파보도 때문일까?

 

 

이분이 언론과 기자들에게 그토록 분노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은 이처럼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분이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주머니의 말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절대적으로 깨끗하고 소탈하고 서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주었던 분이고 또한 고향에 내려와 지역발전에 전념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언론에 분개하는 것은 이명박에 관련된 것은 애써 함구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당신께서 주변의 사소한 잡음에 대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데 아무런 증거도 없이 검찰의 입을 빌어 전두환·노태우를 들먹이며 악의적으로 명예를 폄훼시키려는 언론의 작태에 분노하는 것이리라.

 

이명박이가 언론 검찰 경찰 등 모든 권력을 싸그리 장악하고 공포정치를 펴고 있어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양반들도 입 한 번 제대로 벙긋하지 못하는 이 마당에 자칭 대한민국의 언론인이라고 자부하는 기자들을 향해 호통치는 이분의 용기와 기개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지며

 

아주머니의 노 대통령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보니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봉하마을을 찾아 가끔 관광객들에게 봉하마을과 봉하마을에 관련된 진실을 설명해 주며 나름대로 노 대통령님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고 위안을 삼았던 나 자신이 정말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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