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복지부, 낙태수술 의료인 처벌 강화 ‘재검토’…의료계 의견 수렴

pulmaemi 2016. 10. 21. 13:19

의료계·여성계 반발에 한 발 물러서…내달 2일 최종 확정


정부가 낙태수술에 대한 의료인 처벌을 강화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앞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 12개월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8가지 유형을 규정하면서 ‘모자보건법 제14조제1항을 위반해 낙태수술을 한 경우’를 포함시켰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낙태수술은 ▲산모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험한 경우 ▲유전적 정신장애·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준강간 ▲근친상간 등의 경우에만 허용될 뿐 나머지는 불법이다. 합법적인 낙태도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여기서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연간 낙태 수술은 약 17만건. 이중 69%는 ▲원하지 않는 임신 43.2% ▲산모의 건강문제 16.3% ▲경제적 사정 14.2% ▲태아의 건강문제 10.5% ▲주변의 시선 7.9% 등으로 현행법상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이후 의료계와 여성계를 중심으로 법령의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현실을 무시한 윤리적 강요를 통해 윤리적 의료를 성취하겠다는 발상은 탁상행정이라며 비난의 활시위를 당겼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수술에 대해선 선진국의 대부분이 일정 임신주수까지는 허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사회경제적인 사유까지도 허용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는 낙태수술의 적법한 사유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회적 논의를 통해 현재 모자보건법 허용사유 이외에 여성에서 생길 수 있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에 대한 규정에 대해 OECD 선진국 수준으로 현실에 맞는 법제정을 할 것”을 촉구했다. 

임신에 있어 여성의 선택권이 박탈당하고 있다며 낙태수술을 합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정부의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정책과 의료인들의 대응, 그 어디에도 여성의 몸, 여성의 권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임신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임신에 있어 여성의 선택권과 접근권, 통제권은 철저히 제한·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의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정책은 ‘낙태’ 합법화와 함께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정보와 의료서비스를 통해 안전한 낙태수술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의료계와 여성계의 반발이 사그러들지 않자 복지부는 의료계와 만나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 19일 방문규 차관은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낙태수술 행정처분 기준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다음달 2일까지 입법예고가 진행되는데 이 기간 동안 관련 의료계 단체 등과 충분한 논의를 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여전히 불법 낙태의 처벌에 대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처벌 수위를 조정하거나 자격정지 기간을 세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