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사회

노인들의 아우성 "틀니 좀 껴봤으면..."

pulmaemi 2009. 4. 24. 11:33

무료 틀니사업 확대해야…제대로 못먹어 생명위협

 

[메디컬투데이 윤주애 기자] 올해 80세를 맞는 A씨. 퇴직금 2000만원 중 수술비, 요양비 등으로 1200만원을 쓰고 남은 800만원 중 500만원을 틀니를 맞추는데 사용했다. A씨는 "아들집에 앉혀 사는데 이제 가진돈은 300만원으로 돈이 없어 더 눈치가 보인다"고 털어놨다.

약 65세이상 노인부터 치아가 없어 틀니를 맞추는 이들이 많다. 보통 틀니를 한번 맞출 때 300만~400만원이지만, 좋은 틀니를 맞추거나 잇몸상태가 악화됐을 경우 치료비까지 포함해 500만~700만원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4~5년마다 맞춰야 하는 '틀니'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사업으로 무료로 틀니(의치보철)를 지원받는 '노인의치보철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한정된 예산 속에서 노인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의치보철사업은 치아가 없어 음식물을 자유롭게 섭취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만 70세이상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대상으로 지원됐으나, 2009년부터 만 65세이상으로 연령을 낮추고 차상위 의료급여수급자도 지원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노인의치보철사업이 처음 시작된 2002년 29억원이 투입돼 4760명(사업량)을 지원했다. 점차 예산이 증대되면서 2003년 5000명, 2004년 8928명, 2005년부터 2007년까지 9000명, 2008년 1만2800명(추경예산 26억4000여만원 반영)이 수혜를 받았다.

특히 저소득층 노인은 의치보철이 너무 비
싸 몇년째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년 정부 지원대상이 늘어나고 있으나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요즘 노인의치보철 지원을 희망하는 노인이 많아 줄을 서서 몇년을 기다리고, 심지어 먼저 하겠다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도 65세이상 기초생활수급자 1만2800명과 차상위 의료급여수급자 2866명으로 총 1만5666명이 노인의치보철사업을 지원받았다. 전부의치는 75만원, 부분의치는 119만원으로 정부예산과 지방예산이 합쳐 진행된다. 의치보철 시술대상자는 올해 초 인근 동사무소에 접수한뒤 치과 검진을 통해 선정됐다.

하지만 일선 구강건강관련 종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요에 비해 의치보철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3일 서울시 관계자는 "평생에 1번만 지원되는 사업인데 4~5년마다 다시 맞춰야 하니까 1번 지원받았던 사람이 또 해달라고 하기도 한다"며 "심지어 임플란트를 원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2009년 노인의치보철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694명, 차상위 의료급여수급자 1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며 "예산이 한정된 탓에 의치보철을 희망하는 모든 노인에게 지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보건소에는 노인의치보철사업 지원대상자를 접수한 결과 약 200명이 찾아왔다. 그 중 65명까지 지원이 가능했고 나머지 희망자는 2010년도 사업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의치보철을 맞추려고 기다리면서 잇몸상태가 악화돼 자칫 생명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의치보철사업 지원자는 연차별로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라며 "갑자기 예산을 늘릴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지원대상자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인틀니,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공동대책회의(이하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은 영등포노인복지관 서병수 관장은 "기초생활수급자인데도 의치보철 지원을 못받은 B씨에게복지관에서 지원한 적이 있는데, 100만원을 깍아줬는데도 상태가 안좋아 700만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서 관장에 따르면 의치보철이 필요한 노인 200만명 중 100만명이 돈이 없어 의치보철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의치보철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 등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지난 14일 국회에 의치보철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입법청원서 제출했고 현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에서 청원심사중이다.

의치보철(틀니)를 건강보험 대상항목으로 지정해 달라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발의된 상황이다.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국민의 건강 보장성 강화 방안으로 약 1조원을 투입해 의치보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발표하고 공청회까지 열렸으나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메디컬투데이 윤주애 기자 (yju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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