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윤리지침 개정 마무리 단계, 올해 내 확정 예정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한의사가 한의원을 찾은 어린 여학생을 대상으로 아픈 부위의 혈을 눌러서 치료하는 ‘수기치료’ 명목으로 바지를 벗기고 속옷에 손을 넣고 음부를 만지는 행위를 했지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적잖은 파장이 일었고, 피해 여학생의 가족들과 환우회 단체 등은 1000여명의 서명자 명단과 함께 탄원서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처럼 의료인이 진료를 핑계로 성추행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5년간 진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이용한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성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1.8%가 진료시 성적 불쾌감이나 성적 수치심을 경험했다.
진료과목별로는 경험자의 과반 이상인 50.8%가 내과라고 답변했고 산부인과가 45.8%로 뒤를 이었다. 이는 내과 또한 주로 청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슴 등에 대한 과도한 신체적 접촉을 하거나 탈의 요구를 통해 피해자의 신체노출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의료계에서도 이 같은 논란을 인식하고 내부 자정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의사윤리 TF는 지난 2006년 개정을 마지막으로 변하지 않은 의사윤리지침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윤리 TF는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 정운섭 대개협 의무이사를 비롯한 의료계와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 총 19인으로 구성돼 있다.
의사윤리 TF 한 위원은 “1년 정도 지침 개정을 검토해 왔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며 “각 산하 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며 올해 안에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샤프롱 제도’이다.
샤프롱 제도는 성추행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3자가 의사의 진료과정에 참관하는 제도이다. 일종의 의료인배석제도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환자가 요청하는 경우 진료를 참관할 샤프롱을 이용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샤프롱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야 하고, 환자의 요청 또한 수용해야 한다. 또 영국에서는 2006년부터 내밀한 부위 검사시에는 환자에게 객관적 샤프롱의 참관을 요청할 선택권을 줄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보건의료단체가 윤리지침 제·개정을 통해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 부위를 접촉하는 경우 사전 고지 또는 다른 의료인을 동석시키는 등 진료 빙자 성추행 예방 환경 조성을 위한 자율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사윤리지침 개정에 샤프롱 제도 도입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의료계의 반대여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 일부에선 샤프롱 제도에 대한 논의가 모든 의사들이 성범죄를 일으킨다고 의심 받는 것으로 여겨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일부지만 의사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샤프롱 제도가 외부 유출이나 보안의 위험성이 있지만 순기능이 보다 크기 때문에 실효적으로 도입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들에게 내 가족을 맡겼을 때 안심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환자단체연합회는 ‘진료빙자 성추행 방지법’ 관련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위한 사회적 여론을 조성할 계획이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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