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우리는 대통령으로 노무현을 뽑았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를 뽑지 않았습니다. 지난 5년 간 국가의 대통령은 노무현이었지, 노건평씨가 아닙니다. 국민이 대통령으로 뽑은 분만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그 분의 형님은 그대로 피붙이로 남아있었을 뿐 국가의 공복으로 더불어 지위가 상승하지도 않았습니다.
국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뽑았고 그 분이 참여정부를 대표하며 이끌었지, 어느 누구 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을 참여정부의 대표로 인식한 적이 없습니다. 국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능력과 청렴성을 보고 뽑은 것이지, 대통령 형의 능력이나 청렴성에 투표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하다면 국민이 뽑지도 않은 대통령의 친인척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로 참여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까? 박연차와 돈거래를 했다는 조카사위라는 연모씨가 참여정부의 어떤 공직이라도 차지하고 있었습니까? 총리였습니까? 장관이었습니까? 하다못해 비서관이라도 했습니까? 아니면 정부로부터 받은 어떤 감투라도 쓰고 있었습니까? 어떤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참여정부와 연관성이 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라는 것 밖에 없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었던 김현철씨처럼 비공식적인 권력을 대통령의 비호 아래 행사한 적도 없습니다. 매일 아버지를 독대하면서 국정의 방향을 좌우하고 요직의 인사를 결정지었던 김현철씨와 같은 역할을 했던 친인척이 참여정부에 있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유학 간 남편을 남겨두고 대한민국으로 홀로 귀국해 출산한 일이 있을 뿐입니다.
이제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고 할려면 남은 것은 한가지 입니다. 대통령의 사돈의 팔촌이 잘못하면 무조건 정부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논리가 성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대통령의 사돈의 팔촌의 잘못일 뿐입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사돈의 팔촌의 잘못이 드러났다고 합시다. 그래서 대통령이 그 사람의 잘못을 덮으려고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했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에 있을 당시에도 대통령 친인척의 잘못이 드러나면 법대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형인 노건평씨도 청탁대가를 받은 이유로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노건평씨의 처남도 펀드 투자자금을 조성하다 처벌을 받았습니다.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의 일입니다. 불법이 밝혀지면 법대로 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참여정부의 공직자도 아니었고, 참여정부가 권력을 이용해 그들의 불법을 옹호해주지도 않았는데,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인척의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참여정부가 부패했었다고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불법이 밝혀졌으면 어떤 권력의 옹호도 없었고 엄격히 처벌하는 데 아무런 장애도 없었습니다.
만약 이런 일로 참여정부가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전근대적인 관념 아래 바로 친인척의 불법이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를 담당하고 있는 구성원일 따름입니다. 대통령의 형이라면, 조카사위라면, 어떤 권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그 권력의 덕을 보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고치지 못한 병폐일 뿐 참여정부의 청렴성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참여정부의 청렴성을 이야기할 때 일부 정부의 구성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부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권력 남용이나 불법을 넘어서서 참여정부가 조직적으로 그런 비위를 저지른 사실은 없습니다. 참여정부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던 인물 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사권에 의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분점했던 인물 중에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먹칠을 한 분은 없습니다. 참여정부를 대표할 만한 인물들은 누구일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도 있고, 강금실 전 법무장관도 있습니다.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김장수 전 국방장관도 참여정부의 일꾼이었습니다. 주미대사 한덕수씨는 참여정부의 마지막 총리였습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도 법무장관으로 일을 했습니다. 정동영씨도 통일부 장관으로 참여했습니다.
참여정부를 대표하던 이해찬 전 총리나 유시민 전 장관 또는 대통령 곁에서 마지막까지 함께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불법과 비리를 행한 바도 없는데 어떤 점을 근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청렴성에 치명타라고 근거없는 소리를 한답니까? 노건평씨나 그 조카사위가 참여정부에서 중요한 요직을 맡아 나랏일을 처리한 적도 없는데, 누가 이 분들을 참여정부의 중추를 담당한 분들로 여기기라도 한답니까?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등장한다고 참여정부가 깨끗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짓는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결론짓는 사람들은 아직도 전두환 시절 그 일가족이 권력의 비호 아래 엄청난 비리와 축재를 저질렀던 일에 익숙한 무리들 아닙니까? 형제와 아들과 조카를 줄줄이 높은 자리에 앉히는 족벌 신문이나 비리 사학재단 아닙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국회의원 후보자를 사퇴시키는 부당한 권력행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정수장학회 이사장이었고 육영재단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의원의 친동생 박지만씨와 박근령씨가 육영재단을 놓고 용역까지 동원하며 폭력 충돌을 빚고 있는 사태에 익숙한 사람들 아닙니까?
조카사위가 박연차로부터 받은 투자금이 아직 불법인 지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 투자금을 주고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접어두고 설령 그것이 불법이라고 가정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의 도덕성을 논할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단지 친인척 관리에 참여정부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수는 있습니다. 그마저도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지도 못했고 원래부터 지리적 활동무대에서 친밀한 사람들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있었을 뿐입니다.
같은 지붕 아래 사는 자식도 마음대로 못하는 마당에 어찌 완벽할 수 있겠습니까? 반백년을 같이 해로한 부부 사이에도 서로 모르는 일이 존재하는데,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친인척의 생활을 낱낱이 알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인권침해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지켜보아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형이라고 매일 계좌 추적을 하고 일거수 일투족마다 허락을 받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능력과 청렴성을 보고 뽑은 것이지, 대통령의 형에 대한 청렴성에 투표한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의 형에게 권력을 위임할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원리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형에게 권력을 나눠준 적도 없습니다. 대통령의 형이 행한 잘못은 대통령의 비호를 받은 적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현직에 있던 대통령으로부터 엄격한 경고 아래 법대로 처벌되었고 그 전이나 그 이후로 어떤 공직을 맡아 일정한 역할을 행한 적도 없습니다. 대통령의 형은 관리 대상이었을 뿐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력을 비공식적으로도 나눠가진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단지 그 관리에 미진한 점이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 재판받고 있는 노건평씨의 불법이 대통령의 현직 시절 밝혀졌다면 그 때도 지금과 같이 처벌받았을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법대로 처벌받았던 전력이 증명을 합니다. 그러므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나 일부 언론들이 아전인수식으로 비약하여 무조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돌을 던지는 행태는 자신들이 놀고 있는 물이 바로 그러하다는 고백일 뿐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일로 유익하게 토론하고자 한다면 친인척의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형이라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력에 대해 지분을 요구할 수 없듯이, 대통령이라고 대통령 형의 생활 모두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부적당한 행위가 드러날 때는 그것에 대해 경고도 했지만 드러나지 않는다면 기본권까지 침해하면서 사실상 감옥 안에서 생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결국 친인척 관리의 어려움을 어떻게 현명하게 처리할 지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게 이번 사건에 유일하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입니다.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지도 않으면서 최대한 대통령의 권력을 빗댄 부당한 행사를 막아야 할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이 점에 있어서는 충분히 철저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인 불법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 엄격히 처리하면 됩니다. 관리가 완벽할 수도 없고 은밀히 저지른다면 막을 방법이 없으므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밝혀지면 법이 정한 대로 그에 상응하는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최대한의 조치입니다. 그리고 그 최대한의 조치를 재임 시절 자신의 형에게까지 그대로 적용했던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이제 퇴임한 이후에 친인척들이 그런 개인적인 불법을 행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수사를 받고 있을 뿐입니다.
권종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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