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포스트코리아 - 이태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우리나라 대학생 인구집단의 현황과 본 연구의 취지
우리나라 전체 대학생 수는 일반종합대학, 전문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사이버 대학 등의 재·휴학생을 포함해 약 225만 명이다.(대학알리미, 2013) 고교졸업생 대비 대학 진학률은 70.7%(교육부, 2013)이다. 고교 졸업생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입학한다는 뜻이다. 현 시점에서 중등교육을 이수한 다수가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청년의 다수가 대학 생활을 경험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청년 문제에 큰 부분을 점하고 있는 대학생 집단에 대한 문제인식은 '대학 등록금' 의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글에 기반이 되는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연구보고서 '한국 대학생의 삶과 사회인식'은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대학생 문제를 등록금 의제를 넘어서 생활전반으로 확장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이 연구보고서는 크게 대학생 생활실태, 생활여건에 따른 사회인식, 제도 수요자 중심의 대학생 정책평가로 구성돼 있다. 이 글에서는 첫 번째 목차인 '대학생 생활실태'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해 나갈 것이다.
연구 방법으로는 2013년 11월 대학생 비율 분포를 바탕으로 임의로 선정된 전국 소재 4년제 21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녀 대학생 865명을 대상으로 실증적 연구인 설문지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자료 분석은 SPSS/WIN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분석했다.
우리나라 대학생 어떻게 살고 있나
1. 60만 원을 웃도는 평균 대학생 생활비(주거비와 교육비 제외)
응답자의 월평균 생활비 지출액은 교육비와 주거비를 제외한 식비, 교통비, 통신비 등을 포함하는 금액으로 약 66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교육비와 주거비를 제외했기 때문에 교육비를 자가 부담하는 학생들이나 자취생활을 하는 대학생의 경우 실질 생활비가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자취생활을 하는 대학생의 평균 주거 지출액은 39만 5천 원(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2013)으로 이를 평균 생활비와 합치면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보고서에서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평균 급여가 20만 원~40만 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점을 비추어 볼 때 아르바이트를 통한 완전한 생활비 조달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들이 월 평균 가계 지원액으로 평균 30만 원 ~ 39만 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점은 이와 같은 생활비 압박 문제 때문이라고 추측 할 수 있다. 가계 지원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생활비 압박으로 인해 '생활비 대출'이라는 카드를 선택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레 청년 부채 문제로 이어진다.
2. 생활비 마련도 힘든 아르바이트 소득
많은 사람들이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 '학비마련'을 떠올린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아르바이트를 통해서는 생활비 마련도 쉽지 않다. 본 조사에서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 '용돈 마련'이 압도적인 비율(74.2%)로 나타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생의 다수가 아르바이트 월 급여로 20만 원 ~ 40만 원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 할 때 한 학기 400만 원대(사립대학 기준)를 호가하는 대학등록금을 아르바이트로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다수의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교육비를 충당하거나 저축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보태는 정도의 기능 밖에는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3. 대학생 4명 중 1명은 빚쟁이
응답자 개인 명의의 부채가 있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 중 25.8%으로 4명 중 1명이 부채를 떠안고 있었다. 이들의 평균 부채 규모는 642만 원이었고 부채 규모는 1000만 원 이상인 경우가 6.2%로 가장 높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소득은 등록금 마련은커녕 생활비 조달도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비율의 대학생들이 대출제도를 이용하고 있었다. 여기서 가구소득이 낮은 대학생 집단이 부채 문제에 더 쉽게 노출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대학생 생활안정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는 각 종 대학생 대출제도의 제도적 적절성을 심도 있게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4. 대학생이 공공기관과 대기업으로 몰리는 이유
응답자의 취업 희망기관은 공공기업이 37.8%, 대기업이 27.0%로 응답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응답자는 취업분야 선호 이유를 차례로 '장래성과 발전가능성', '근무환경', '높은 보수'로 꼽았다. 이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취업 직군 선택 시 중소기업과 같은 모험직군을 선택하기보다 안정성과 높은 보수가 보장된 직군을 선택하는 현상이 영속화 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것은 졸업을 유예하고서라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에 재수·삼수를 감수하는 대학생 집단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5. 취업을 위한 사교육비로 고통 받는 대학생
응답자의 사교육 분야에 따른 지출액은 외국어 관련 비용 약 20만원, 각종시험 준비비용은 약 18만 5천원, 전공실무 관련비용은 약 26만 원, 기업입사 준비비용은 30만 원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이외에 취업준비 비용으로 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취업 프로그램만으로는 현실적인 취업준비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대학등록금과 생활비 그리고 취업 준비비용 부담으로 인한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생활여건 개선방향과 제언
우리사회에서 대학생집단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된 비경제인구 집단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대학생 4중 1명이 부채를 질 정도로 심각한 경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은 우리사회가 비경제인구인 대학생 집단에게 높은 대학 등록금, 일반 시장가격과 동일한 주거비와 생활비 지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대학생이 자구책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학업과 더불어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고 하더라도 낮은 시급, 한정된 노동시간 문제 등으로 개인의 생활 문제를 개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비경제인구인 대학생 집단을 사회 특수집단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생활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 글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복지동향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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