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검사 뒤 의사로부터 ‘위염 소견이 관찰된다’는 설명을 듣는다. 이 위염은 치료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아무런 증상이 없고,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조직검사도 하지 않은 단순한 위염이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위염 증상’은 심한데, 내시경 검사에서는 정상이라면 이는 어찌된 일인가? 의사들이 내시경 검사를 한 뒤 사진을 보면서 환자에게 설명하는 ‘위염 소견’은 그야말로 ‘내시경적 위염’에 불과하다. ‘내시경적 위염’이란 내시경으로 위를 관찰할 때 보이는 위 점막의 염증을 뜻하며, 이것은 위염 증상과는 전혀 무관할 때가 많다. 흔히 ‘발적성 위염’, ‘미란성 위염’, ‘위축성 위염’, ‘출혈성 위염’, ‘표재성 위염’ 등이 위 내시경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위염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내시경적 위염’은 정상인의 60%에서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으니 아무런 이상이 없던 사람이 내시경에서 ‘위염’ 판정을 받는 일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증상도 없고 조직검사도 필요 없는 단순한 ‘내시경적 위염’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 내시경에서 아무리 심한 ‘내시경적 위염’이 보인다 해도 증상이 없고 조직검사도 필요 없는 단순 위염이라면 역시 치료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내시경에서 정상이라 해도 위염 증상은 심할 수 있다. 내시경 검사 뒤 ‘정상’이라고 말하면 ‘그런데 왜 명치 끝쪽이 아프고, 쓰리고, 밥 먹고 나서 꽉 막혀 있는 듯 내려가지도 않고 답답한 것이냐’고 묻는 환자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최근 몇 달 동안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위염 증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막상 검사 결과는 정상에 가까운 위염 소견이거나 정상일 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스트레스’가 주범일 때가 많다. 스트레스는 뇌출혈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뇌·심장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위장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사실 위는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다.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겪는 여러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생활고 등이 심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증상 가운데 하나인 위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속병’인 셈이다. 이런 경우는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근본적인 치유다.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계속 치료를 받아도 완전히 낫지 않는 것은 그 근본 원인인 스트레스가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시험이 끝난 뒤나 직장을 그만둔 뒤에 더는 약에 의존하지 않고 증상이 좋아졌던 환자를 적지 않게 봤다.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결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도 해결의 시작은 스트레스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일부터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일부에서는 약으로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증상이 나타날 때에 일정 기간만 정해 먹는 것이 좋다.
ⓒ 한겨레신문 송홍석/서울녹색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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