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응급피임약 보다는 사전 피임 선행돼야”

pulmaemi 2013. 12. 2. 08:14

응급피임약 오남용, 오히려 임신 위험 높일 수 있어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24시간 이내 복용시에는 평균 95%의 피임성공률을 보이지만 48시간 이내 복용 때는 85%, 72시간 이내 복용 때는 피임성공률이 58%에 불과해 급한 마음으로 불법적인 방법으로 약을 복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처방전으로만 응급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불편하니,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이 오남용해서는 안 되는 약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약품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정호진 부회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응급피임약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응급피임약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기본 전제가 잘못된 것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피임약 복용률로 대변되는 사전피임 실천율이 많게는 우리나라보다 20~30배가 많은 나라들과 먹는 피임약 복용률이 2.8%에 불과한 우리나라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처방전 지참 시에만 복용이 가능한데도 응급피임약 복용률이 먹는 피임약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을 볼 때, 누구나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면 응급피임약이 일상적인 피임방법의 한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아직 성장이 완료되지 않은 10대들이 아무 제약 없이 응급피임약을 남용하게 될 때 부작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정호진 부회장은 “사후피임약이나 피임의 만병통치약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는 응급피임약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응급피임약의 평균 피임성공률은 85%로 79%인 콘돔에 비해 조금 높은 정도이며, 정상 복용시 98%의 피임성공률을 보이는 일반 먹는 피임약에 비해 신뢰도가 낮다.

또한 여러 번 복용하면 일반 피임약의 10~15배에 해당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에 내성이 생기므로, 급할 때 효과를 볼 수 없어 피임을 위해서 남성은 콘돔, 여성은 먹는 피임약으로 피임을 하는 것이 우선이며, 응급피임약은 응급 시에만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리불순, 생리통 등의 생리관련 트러블을 치료하는데도 이용되는 일반 먹는 피임약과 달리 고용량의 호르몬을 포함하고 있는 응급피임약은 복용 후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하복부 통증, 유방통증, 피로 및 불규칙한 질 출혈, 여성호르몬 및 내분비계의 일시적 교란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드물게는 응급피임약 부작용으로 인한 출혈을 생리로 오인해 임신 상태를 간과하거나 자궁외 임신과 같은 응급상태를 모르고 방치할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은 여성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 후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호진 부회장은 “응급피임약의 처방을 받으러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가 응급피임약 복용 이후의 상시 피임방법까지 상담받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므로, 응급피임약을 처방 없이 판매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임약 복용 비율이 2.8%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사전 피임의 실천이 일반화되기 전에 응급피임약을 처방 없이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분명히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