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담] 교복을 말하다
“요즘 학생들 교복 두 벌 있는 것 아세요? 치마 긴 것과 짧은 것 두 벌이요. 학교에서는 긴 치마 교복을 입고, 학교 끝나면 짧은 치마 교복을 입죠.”
“이성 친구 사귈 때 외모, 성격 다음에 교복 잘 입는지를 봐요. 교복 잘 입는 사람이 사복도 잘 입거든요. 그 사람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어요.”
중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교복 전문 매장에서는 ‘성장을 대비해 큰 치수로 교복을 맞추려는 부모’와 ‘자신의 몸매가 드러나도록 달라붙게 만들자는 자녀’가 다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 교복 비용을 지불하는 부모의 ‘승리’로 끝나지만, 상당수의 청소년들은 교복을 맞춘 후 부모 몰래 교복을 변형해 ‘세상에 하나 뿐인 자기 옷’을 만든다. 여학생의 경우 치마 길이와 폭, 남학생의 경우 바지의 폭이 가장 큰 관심사다.
도대체 청소년들은 왜 이렇게 교복을 줄이려고 하는 것일까?
고등학교에서 학생회 활동을 하는 정욱현(19)군과 양성애(18)양을 만나 ‘요즘 청소년’ 들이 교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고등학교에서 학생회 활동을 하는 정욱현(고3), 양성애(고2)양과 '교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민중의소리
정욱현(이하 정) - 청소년들 사이에 스키니진이 유행이잖아요. 교복을 줄이지 않으면 나팔바지처럼 펄럭거려요. 창피해서 다닐 수가 없죠.
다른 학교는 드라마 ‘드림하이’에 나오는 교복처럼 예쁜데, 우리 학교 남자 교복은 늙은 아저씨들 교복같아요. 완전 90년대 스타일이죠. 그래서 대부분 줄여서 스타일을 내려고 해요.
양성애 - 여자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중학교 때 줄여봤는데 치마 길이, 폭을 다 줄이죠. 학생들은 하루 종일 교복을 입는데 교복이 길면 답답하고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줄이는 거죠.
물론 주변 친구들에 비해 약해보이지 않으려고 줄이기도 해요. 친구 중에 속옷만 가릴 정도로 짧게 줄인 친구가 있어요. 지하철 계단 올라갈 때 밑에서 쳐다보는 남자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한테 ‘왜 그렇게 심하게 줄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네 학교 학생들이 다 그만큼 길이로 줄였는데 자기만 긴 치마를 입을 수 없어서 짧게 줄였다고 하더라고요.
정 - 저도 바지폭을 절반 정도 줄였어요. 수선 집에 가면 아예 사람 모양의 ‘자’가 있어요. 허벅지, 통 다 줄일 수 있거든요.
어른들이 보면 ‘이걸 어떻게 입느냐’고 물어요. 딱 달라붙는 스타일인데요, 바지 길이나 폭이 어중간하면 폼이 살지 않아요. 통이 조금이라도 큰 친구가 있으면 놀리기도 해요. 교복을 줄여야 ‘안 꿀리는’ 세상인거죠. 현대 시대에 맞게 교복을 입는다고 할까요? 때로는 멋있다는 소리도 들어요. 그럴 때마다 뿌듯하죠.
어른들은 이해 못할 거예요. 기자님이 학생이라고 생각해봐요. 소개팅 나간 자리에서 월남치마 입은 여학생이 나오면 어떻겠어요? 같이 다닐 수 있겠어요? 교복을 어떻게 입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사복을 어떻게 입는지도 알 수 있어요. 우리는 지금 이성 친구를 사귈 때 얼굴을 보고, 성격을 보고, 교복을 어떻게 입는지도 봐요.
- 학교에서 교복 줄이는 것을 제재하지 않나요?
욱현군과 성애양은 교사의 단속, 기성세대와의 마찰 속에서도 교복을 줄이는 등 자신의 개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민중의소리
정 - 학교 선생님들은 학교 이미지 망친다고 제재를 하죠. 3진 아웃제도라고 해서 요즘은 3번 경고를 하고 징계를 주거든요. 징계를 받는다고 해서 교복을 안 줄일 순 없잖아요. 그래서 ‘제재하는 선생님’을 보면 일단 피해요.
양 - 학교에 걸리지 않게 줄이는 거죠. 교복이 두 벌인 학생도 있어요. 학교에선 긴 치마를 입고, 학교에서 나오면 짧은 치마를 입는 거죠. 겨울엔 마이(재킷)를 입으니 와이셔츠를 줄여도 티가 나지 않아요. 여학생들의 경우는 줄인 치마를 최대한 아래로 내려서 제재에 걸리지 않게 하는 방법도 있어요.
중학교 때는 선생님을 상대로 ‘우리는 중학생이다. 한창 꾸밀 나이 아니냐’고 설득한 적도 있어요. 선생님이 자신은 이해하겠는데, 다른 선생님이 어떨지는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 부모님이나 어른들 역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데?
양 - 지하철 타면 가끔 우리보고 ‘너네 그렇게 입으면 안 혼나니’라며 혼내시는 어른들이 있어요. 중학교 때는 버스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여성분이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숨은 쉴 수 있느냐’, ‘치마는 왜 그렇게 짧게 입느냐’고 하더라고요. 자칫하면 크게 싸울 뻔 했어요.
정 - 제 친구와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어르신이 반주하신 상태에서 ‘학생 맞냐’고 친구에게 욕을 하더라고요. 저희도 인권이란 게 있는데 갑자기 욕먹으면 화가 나잖아요. 사춘기 때는 감정조절도 잘 못해요. 그때 ‘아저씨가 왜 참견 하시냐’고 싸웠죠.
교복도 스타일이에요. 어른들이 현 시대의 흐름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교복은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입으면 더 이상 입지 않아요.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학창 시절, 조금 멋내고 즐기려는 것뿐인데 그렇게 문제가 되나요?
나중에 즐겨도 된다는 어르신들이 있어요. 하지만 학창 시절은 자기 인생에서 딱 한번 뿐이에요. 지금 지나가면 나중에 즐길 수도 없어요.
양 - 지금 우리는 공부하는 것만큼 표현하고 꾸미는 것도 중요한 나이에요. 교복도 옷이에요. 자기 옷인데 마음에 안 들면 입고 다닐 수가 없잖아요. 교복 변형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어른들이 있는데, ‘불량 학생’이라는 편견을 버리시고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학생때 즐길 수 있는 교복 패션. 욱현군과 성애양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이해해 줄 것을 기성세대에게 당부했다. ⓒ민중의소리
- 차라리 학교에서 교복을 입지 않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요? 교복자율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양 - 전 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복을 입으면 어떤 옷을 입을지 모르잖아요. 사복을 입으면 불량한 학생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요. 치마가 불편할 때도 있지만 학생 때는 교복을 입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정 - 저도 일단 학생이니까 교복을 찬성해요. 교복이라는 것이 학생들만 입을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교복을 입을지, 사복을 입을지 학생들 자율에 맡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교복 값이 상당히 비싸거든요. 동복만 40만원 가까운 금액을 부담하기가 만만치 않아요. 물론 학교에서 ‘교복 물려 입기’를 하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3년 입은 것을 어떻게 입느냐’며 찜찜해 해요. 강제적으로 ‘교복을 입어라, 입지 마라’하는 것보다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양 - 사복을 입고 학교에 가면 매일 뭐 입고 갈 지 고민하느라 공부에 방해될 것 같아요.
정 - 아무래도 그렇겠죠. 매일 같은 옷 입고 등교할 수 없으니까요. 사복이 허용되면 옷 사느라 정신없을 것 같네요.
중고교생들 교복 어떻게 줄이나 봤더니
남녀를 불문하고 요즘 청소년들의 교복 코드는 ‘달라붙는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유명 메이커 교복회사들은 최근 학생들의 추세를 반영해 교복을 제작하고 있다.
학생들은 재킷보다는 바지와 치마, 와이셔츠와 블라우스를 변형시켜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재킷을 변형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많지는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교복 변형은 바지와 치마다.
남학생들의 교복 바지는 통이 점점 좁아지는 배기 스타일, 다리에 완전히 달라붙는 스키니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보통 10인치(약 25센티미터)정도 되는 바지 밑단을 최소 5.5~7.5인치 정도로 줄인다. 학생들은 바지 밑단을 줄이지 않은 교복을 ‘나팔바지’라 부른다.
여학생들은 치마 길이와 폭을 줄인다. ‘미니스커트’ 형태로 몸매가 드러나는 스타일이 유행이다. 학생들은 치마 깃이 무릎 아래로 내려오고 통이 넓은 치마를 ‘월남치마’라고 부른다. 블라우스도 허리라인이 강조되고 몸매가 드러나는 형태로 줄이는 경우가 많다. 조끼 역시 블라우스와 어울리게 허리라인을 줄인다.
재킷은 과도하게 강조된 어깨 패드를 빼거나 허리라인을 잘록하게 만들어 최근 정장 스타일을 적용한다. 와이셔츠를 줄이는 남학생들도 있다. 최근 남성복 유행에 맞게 몸에 달라붙도록 허리와 어깨를 줄인다.
학생들은 세탁소나 옷수선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에서 5천~1만원 선에서 교복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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