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45개 지역도서관에 21권씩 쾌척
“노무현 대통령님의 뜻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도서관에 대통령님 관련 책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여름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소정의 후원금을 <노무현재단>에 기부하면서 당부한 말입니다. 이 전 수석은 대통령님이 재임할 때는 물론이고 봉하마을로 귀향했을 때도 옆을 지켰던 참모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2008년 2월 참여정부 임기가 끝나면서 함께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사실상 ‘실업자’가 된 것이죠. 귀향하신 대통령님을 따라 친환경농업, 생태마을 가꾸기 등 쉴 새 없이 일했지만, 자원봉사로 일한 셈이니 1년 넘게 소득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그가 대통령님 관련 도서를 전국 도서관에 보내자고 제안했으니, 후원금의 ‘출처’가 궁금할 수밖에요. 그 출처는 놀랍게도 문화일보로부터 받은 손해배상금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서기부 후원’에는 현재 재단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과 해당 소송을 맡았던 조동환 변호사도 동참했습니다.
문화일보 ‘노무현 게이트’ 보도에 법적 대응
이호철 전 수석과 정윤재 전 비서관은 문화일보가 지난해 3월 26일 1면에 「이호철·정윤재 씨도 돈 받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자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문화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검찰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등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들은 노 정부의 대표적인 ‘부산파 386’으로 통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4면의 「출발은 노건평… 종착역은 ‘노무현 게이트’?」라는 기사에서 “‘박연차 게이트’로 시작한 수사가 ‘노무현 게이트’로 마감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화일보는 이날 ‘노무현 게이트’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당시 문화일보 보도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주변 인물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고, 대통령님은 2개월 뒤 서거하셨습니다.
무책임한 언론 보도에 책임을 묻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는 “문화일보는 1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원고들에게 각각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정보원의 말만 믿고 별다른 확인 없이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문화일보 보도는 허위로 밝혀졌습니다.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두 사람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했다거나 이에 대해 내사를 한 적도 없었습니다. 올해 6월 법원은 2심에서 문화일보의 정정보도문 게재와 원고 각각에 대한 2천만 원 배상 등을 요지로 조정안을 냈고, 양측이 이에 합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이호철 전 수석과 정윤재 전 비서관은 애초부터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거한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무책임한 언론 보도에 책임을 묻기로 하고, 소송을 냈습니다. 검찰의 무차별 실시간 브리핑과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에 노 대통령님 서거의 책임이 상당 부분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입니다.
물론 법원 판결로, 왜곡보도로 실추된 두 사람의 명예가 그대로 원상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무책임한 언론의 ‘받아쓰기 보도’로 훼손된 대통령님의 명예 역시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언론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는 계기는 충분히 되었을 것입니다.
책으로 다시 만난 노무현 대통령
재단은 11월 말 이들이 쾌척한 왜곡보도 배상금으로 전국 45개 지역도서관에 노무현 대통령님 관련 도서 21권씩, 모두 945권을 기부했습니다. 기부금 일부는 부산의 발달장애아방과후학교인 푸른마을에 전달했습니다.
도서는 노무현 대통령 자서전 <운명이다>, 회고록 <성공과 좌절> <진보의 미래>, 사진집 <사람사는 세상>, 대국민보고서 <내 마음속 대통령>, 추모집 <노무현이 없다> <님은 갔지만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를 비롯해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에서 펴낸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 <대한민국 교육 40년> <대한민국 부동산 40년> <노무현과 참여정부 경제 5년> 등 21권을 엄선했습니다.
책을 기부받을 도서관은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의 도움을 받아 신청을 받았습니다. 지역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이용하는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으로 꼽힙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넉넉하게 도서를 구비하지 못한 곳이 많다고 합니다. 지난해 대통령님 고향 봉하마을 인근에 개관한 ‘진영한빛도서관’에도 특별히 3세트(전시용, 열람용, 대관용)를 보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책 코너’를 보기 좋게 단장해 방문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많은 도서관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직접 보내왔습니다. 그동안 마음으로 만나던 노무현 대통령을 책으로 다시 만나니 감격스럽다고 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작은도서관 운동’을 열심히 펼치는 분들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대구의 새벗도서관 기호석 원장은 “요즘 같은 때 평화를 사랑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서적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 참여정부는 작은도서관 운동에 큰 도움을 줬다”면서 “늘 고마운 마음이었고, 노무현재단 회원들과 노 대통령께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책을 소중하게 신청해주신 작은도서관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 관련도서를 전달한 ‘작은도서관’ 명단입니다.
• 서울지역 : 천일어린이도서관 웃는책, 날마다 자라는 나무 작은도서관, 초록공간 도서관, 초록나라도서관, 아름드리도서관, 성메도서관, 꿈을이루는 도서관,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늘푸른 소나무 작은도서관, 함께크는우리 도서관, 생글 작은도서관
• 인천-경기지역 :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 도토리 도서관, 늘푸른도서관, 진달래 작은도서관, 청개구리 작은도서관, 품앗이 작은도서관, 신나는 어린이도서관, 인천 짱뚱이도서관, 아이다에듀어린이도서관, 콩세알 어린이도서관, 꿈틀꿈틀 도서관, 동화나라 어린이도서관, 동녘 도서관
• 충청지역 : 어린이도서관 들꽃방, 우리나눔도서관, 한라도서관
• 부산-경남지역 : 들꽃이야기 어린이도서관, 진주달팽이어린이도서관, 숨바꼭질쌈지도서관, 진영한빛도서관
• 대구지역 : 어린이청소년도서관 더불어숲, 새벗도서관
• 전북지역 : 전주 책마루 어린이도서관
• 광주-전남지역 : 책돌이도서관, 바람개비 어린이도서관, 아이숲 어린이도서관, 순천작은나무도서관, 달터아이 도서관
• 강원지역 : 솔방울 어린이도서관, 원주 아름드리도서관, 철암 도서관
• 제주지역 : 설문대어린이도서관
2010년 12월 15일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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