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판데氣,쳐바르氣- 마이더스의 노예들.[펌]

pulmaemi 2010. 1. 30. 17:43

추리풍자소설           : 마이더스의 노예들.

                                                                                 by 잭 런던.

 

 

하늘은 푸른 입을 앙 벌렸다.

점점 커져 가는 입에서 오전 나절 내내 는개처럼 태양광들이 흩뿌려졌다.

 광안리 바다는 화창한 날씨를 손곱아 기다렸다는 듯 비축된 열기를 파도에 실어 모래의 둔덕으로 끊임없이 몰고 왔다.

7080을 테마로 문을 연 카페 “Amico"는 거대한 손발을 바다에 담구고 엎드려 있는 광 안대교의 전경을 온건히 볼 수 있도록 전면전체를 이음새 없는 통유리로 설치해 놓았다.

파도에 실려 온 열기는 통유리를 고스란히 투과하며 곧장 나에게로 달려왔다. 나는 열기가 곤혹스러웠다.

독감은 질긴 고무줄 같았다. 

당기면 당길수록 폭만 가늘어질 뿐 길게 늘어나며 어지간히도 잘리질 않는다.

끝장을 보자는 심정으로 마지막 남겨진 하루 분 약봉지를 모조리 털어 넣은 게 화근이 되었다. 결국 정량을 초과한 약기운이 기골이 장대해져 마침내 끈적끈적한 늪 같은 몽환에 빠져들고 말았다. 게다가 달려드는 열기마저 흡착되어 후~ 불면 금방이라도 의식이 잠몰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아프냐?”


로브트 플랜트가 뚜벅뚜벅 걸어와 한국어로 말을 건네는 몽롱한 착각을 일으켰다. 카페 측에서 오늘의 테마로 ‘레드제플린’을 선정한 탓이었다. 눈을 떴을 때 백 노인이 소파로 앉는 것이 보였다.

앉아말자 담배부터 물었다. 긴 한 숨을 내쉬듯 연기를 푹 내뱉었다.

 

"에효~, 신종플루인거 같은디, 같이 한 번 앓아 보시겠습니까? 어르신"

 

"글쎄. 우린 잘 안죽는다던데..뭐 그러지 , 이리오게 뽀뽀 한 번 하세"

쓰윽 백 노인의 얼굴이 다가온다. 이런. 영감탱이.

 

"장사도 안되는데, 애들 교육비이거 딱 사람잡네요.."

나는 짧은 절망을 길게 토해냈다.

 

"아니, 잭 러던. 다른 건 머리가 깼지만..그런 엉터리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나?"

 

백 노인의 눈이 이미 '이런 답답한 사람아!'-라고 외치고 있다.

 

" 이보게 잭 런던, 이미 우 리나라의 사회 구조는 자기 신분에 맞는 행동양식을

  서서히 요구하고 있네.. 즉, 도를 넘어서는 과욕은 바로 파산이지...'

 

그 영감탱이 뉘앙스가 고약타. 짜증이 부욱 솟구쳤다.

 

"아니, 어르신. 말씀이 좀 그렇습니다. 그럼, 돈 없는 사람은 교육 받을 권리도 없습니까? "

 

"그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 그들의 논리이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목이 아파왔지만, 결국 담배를 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교육을 잘받아 대통령이 되었나?

 정주영 회장이 교육을 잘받아 되었나?

 한국의 상위 부유층, 그들의 논리가 뭔 줄 아나?

 노무현 대통령이 교육을 더 잘 받았으면 더 큰 대통령이 되었고,

 정주영 회장이 교육을 잘받았으면, 더 큰 그룹의 회장이 되었을 것이라,

 말하지. 이것은 그들의 본질을 숨기기 위한 가면과 같은 것일쎄."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무슨 말씀인지..."

나는 뭔가 알 것 같지만 답답했다.

 

"이보게 잭 런던,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는 부동산이나 각종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번 세력들이 불쑥 생겨났지. 그들은 교육을 잘 받아서가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 한마디로 수완이 좋았을 뿐이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성공을 논 할 때, 학교 다딜 때는 두각을 나타냈건 아니건 관계없이 이 후 부지런한 책 읽기와 지적 교류를 통해서 시야가 넓어진 이유로 성공했다. 곧잘 나불대지. 그리고  지식이야 말로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너나없이 강조했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기 회사의 인력을 뽑거나 파트너를 정할 때 학벌 위주의  잣대로 뽑는 것이지. 그것이 곧 자기의 본질을 감출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면이다 이 말이지."

 

 그래도 나는 도통 핵심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저 담배만 빨아 당길 수 밖에.

 

 " 무슨 말인가 이해가 안가는가?

   서구사회는 일종의 노블레스 계층이 이미 존재하네.

   그 신분이 그대로 세습되지. 하지만 그들은 최고 대학의 교육이 아니라

   그들이 존경 받기 위한 행동지침이나 사회적 의무들을 주된 핵심으로

   교육을 받는 반면.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제 소위 부의 편차가 정착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척한 집단들이 어느덧

   그들 스스로 노블레스계층을  정착시키기 위해,

   허술한 한국교육시스템이라는 것을 이용하고 있네.

 

   그런 이유로 값 비싼 사교육 산업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일세. 

   교육산업이라는 명목아래 사교육 이익집단이 당연히 동조를 하고,

   수 요가 공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젠 값 비싼 공급이 수요를 부르는,

   즉, 엄청난 고정비용이 지출되어야만 일정의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정착시켜 나간다는 듯이지. 

 

   이보게, 우리 같은 민초들이 한 달에 삼, 사백 만원 교육비로 지출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지. 하지만, 그들에게 삼, 사백 만원은 그리 큰 비중도 아니네.

   그들이 그러한 고액 교육 시스템을 더욱 강화시키면 시킬수록,

   그들 자신의 위치도 더욱 공고해 질 뿐더러, 자신들의 자식들이 최상위의 교육기관에 돈을 수단으로 진입하기가 더욱 수월해 지기 때문에,

   이러한 사교육 시스템은 결코 끊을 수 없네. 되레 더욱 강화되겠지."

 

  온다. 온다. 슬슬 뭔가 온다. 뜨거운 불덩이가 온다.

 

 " 어르신, 그러니까. 교육과 관계없이 부를 축척한 소수의 부유층들이

   이제, 교육을 수단으로 그 계층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음모들이 지금 사교육 시장을 마구 팽창시켜 놓은 것이군요! "

 

 백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 얼추 맞네.."

 

" 아니 얼추는 또 무슨 말씀입니까? "

 

"그것은 이런 고장비용이 높은 사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일단 한 번의 채로 걸러내지.

 최소한 한 달에 몇 백 만원의 교육비를 지출할 정도면 계층을 보더라도

 틀림없는 중산층이상이니까. 이러한 중산층이상의 정치의식은 그래도 보수층이지,

 이러한 보수층들 중 머리도 좋은 인재를 한국의 노블레스계층들이 사용자의 도구로서 가져 가지.  즉. 인적 보디가드이자. 보수 시스템의 원동력이다. 이 말이네"

 

머리가 아파왔다. 약 기운이 이제 사고의 기능을 정지시켜 나간다.

 

"그렇다면, 당연히 노블레스의 자제들은 그러한 지적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용인술 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루겠군요.."

 

"그렇네, 하지만 이 자본주의 세계는 이미 돈만 있으면 지능과 관계없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 단지, 그들에게 해외 유수의 대학은

 다른 나라의 노블레스와 접촉을 미리하는 수단일 뿐이고, 정작 그들 자체에서 이루어지는 집안 교육은 사회에 대한 의무나 봉사정신이 아니고, 용인술이지..."

 

"그렇다면, 정작 우리같은 민초들은 존재이유가 뭡니까! "

 

"그저, 그들에게 저당잡혀진, 값싼 노예들이지..그리고 이미 우리 의식 자체에서

 돈이 교육을 표상함으로, 이미 계층을 인정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굳어질 것일쎄.."

 

 

 커피 숍 안은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재잘거리며 내뱉은 말 부스러기들은 미처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귀가 따가울 만큼 빼곡히 매장 공간에 채워져 있었다. 

 나는 흡착된 거미줄을 치우듯 마냥 얼굴을 쓸어내렸다.

 백 노인의 각설탕은 스푼을 따라 소용돌이치면서 깊은 커피 속으로 용해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렇다.

 피시방이나 편의점에서 88만원에 팔려 노동을 필수로 여기는 민초들의 학생들.

 눈앞에 펼쳐진 절망의 장벽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것초롬 보이는 ,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애들.

 그런 이유로, 

 그들이 설령 대기업에 취업이 된다면 당연히 그 감사함에 영혼마저 받칠 준비가

 되겠지. 이것만큼 '마이더스의 노예'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이봐, 잭 올바른 교육제도는 결코 제도적인 문제가 아니네,

  아파트 값을 내리기 위해 더 많은 아파트를 공급하는 우와 다름이 없네.

  사회의 성공은 결코 부의 축척이 아니며, 설사 부의 축척을 이루더라도,

  그 과정이 올바르고 투명할수록 존경받는 사회의식.

 

  그리고 반드시 높은 교육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아실현의 기회가 주어지며,

  노력만큼 댓가를 받는 사회구조가 되지 않는 한,

  제아무리 제도를 고치고 돈을 쳐발라도 삽질일 뿐이네.

  노통의 '사람사는 세상'은 바로 그러한 세상이고 그가 이루고자한 이상적인 사회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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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차츰차츰 조도를 높여

이제 눈부시게 발광하는 태양이 되었다.

 

거리의 가로수는 하나 둘씩 말라버린 겨울 잎사귀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대학가에 근접할수록 열섬으로 다가서는 온기를 느꼈다.

이마에서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몸살기가 다리를 타고 온몸으로 피어

손끝 마디마디마다 바늘을 찌르는 자극을 가해 왔다.

나는 담배 한 개비를 다시 물었다.

그리고 생각한다.

 

맞다.

어쩌면, 지금이야 깨닫지만

'정치를 담은 경제'에서 겨우 '경제를 담은 정치'를 지향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시 '정치를 담는 경제'로 회귀하였다.

 

 그것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기 위해서,

 '교육을 담는 사회'가 아니라 '사회를 담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의 근본을 건드는 또하나의 마녀같은 매트릭스이다.

  아! 사람사는세상이란....................

 

  귓가에 고대 총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학 등록금은 싸다"

  그것은 감춰진 웅변이었다.

 "너희는 마이더스의 노예들일 뿐"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