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튼튼병원 척추센터 박진수 원장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종영한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드라마의 여운은 감미로운 선율로 가슴에 남아있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그들의 삶속에 묻어난 음악에 대한 열정은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음악가로서 위대한 삶을 산 베토벤 역시 청각을 잃는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음악에 전념했다. 그에 못지않은 열정으로 관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어떤 신체적 고충을 가지고 있을까?
단원 전체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하는 오케스트라는 매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관객에게 보다 정확한 울림을 전하기 위해 연주자는 악기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제 악기마다 오랫동안 반복적인 움직임을 해야 하는 연주 방식은 음악가들을 일종의 직업병에 시달리게 한다.
안산 튼튼병원에서 음악학부 대학생 중 매일 악기를 다루는 전공자 53명을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연주 도중 척추나 관절 등에서 통증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 통증이 있어도 참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하루 평균 5시간 정도 연주를 하며 심지어 10시간씩 연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 연주자들은 주로 목과 어깨, 허리의 통증을 호소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우치는 비스듬목과 왼쪽 어깨에 악기를 고정시키고 활과 줄의 마찰로 소리 내는 연주 특성상 한 쪽으로 치우친 자세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연주를 하면 어깨 근육과 경추에 무리가 간다.
첼리스트 L씨(27)는 "연습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척추에 통증이 온다"며 "개인 연습 때는 적절히 쉬어가며 할 수 있지만 단체 활동 시엔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해 허리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악 연주자의 허리 통증은 앉는 자세가 바르지 않거나 연주 시 숙인 목과 활을 켜는 어깨의 경추 압력이 척추에 그대로 전해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피아노 연주자 역시 목과 어깨, 허리에서 통증을 느꼈고 손을 이용한 연주가 주를 이루는 만큼 손목과 손가락 관절이 붓고 쑤시는 등의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그 밖의 플롯이나 클라리넷, 트럼펫 연주자들도 어깨, 허리, 손목, 손가락 순으로 근골격계의 통증을 보였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통증의 치유보단 실력향상에 우선순위를 둔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이는 전체의 16%로 나머지는 아픔을 느껴도 방치해 두거나 임시방편으로 찜질을 할 뿐이다. 꾸준히 연주 감각을 유지해야 하니 악기를 놓고 쉰다는 것은 어쩌면 이들에게 사치일지 모른다.
무리한 연습이나 한 쪽으로 치우친 자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척추나 관절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실제로 피아노를 전공하는 K양은 통증을 6개월 이상 방치하다 병원을 찾았으나 왼쪽 팔꿈치 인대가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았다. 팔꿈치 인대는 팔꿈치 중심의 뼈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구조물로 반복적인 힘을 받으면 손상을 입는다.
지속적으로 몸의 한 부분을 반복해서 움직이면 반복적 긴장 손상이 나타나는데 통증과 저린 증상이 계속되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한다.
악기군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손 관절 이상은 수근관 증후군으로 악화 될 수 있다. 수근관 증후근은 지속적이고 빠른 손동작이 원인으로 발생하며 손의 저림과 손가락이 타는 듯한 증상이 있으며 물건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손과 손목에 스트레칭을 틈틈이 해 예방하고 심한 경우에는 신경관을 넓히는 수술이 필요하다.
가장 많은 통증을 호소한 부위는 어깨와 허리로 근육 결림이 주원인이다.
오랜 시간동안 경직된 자세를 유지하면 어깨 주변 근육이 굳어져 주위 신경과 혈관을 압박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근육통을 유발한다. 허리의 경우에는 증세가 심할 경우 척추에 변형을 가져와 척추측만증이나 허리 근육이 손상되어 디스크, 만성요통 등 2차 질병을 부른다.
척추 측만증은 척추가 한쪽으로 10도 이상 휜 상태를 지칭하며 통증 없이 서서히 진행되어 내장을 압박한다. 성인이 되어서 나타나는 척추측만은 만곡이 심하지 않으므로 물리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안산 튼튼병원 척추센터 박진수 원장은 “만성 요통은 허리근력이 약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고 운동부족이나 잘못된 자세로 인한 요통은 허리근육을 강화시키면 디스크 질환을 막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원장은 "연주자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바른 연주자세로 무리 없이 연습을 하는 것이 좋고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의 진단을 받아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멋지게만 보였던 오케스트라에게도 만만치 않은 인고의 순간들이 있다. 그 고통조차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야말로 베토벤이 퍼뜨린 바이러스일 것이다.
안산 튼튼병원 척추센터 박진수 원장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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