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나 의원을 운영하다보면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그러한 일들 중에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협조공문이라는 이름으로 병원이나 의원을 방문했던 환자의 진료기록이나 연락처 등을 묻는 경우도 있다. 수사기관에서 요청한 것이니 만큼 이에 응해서 정보를 제공해야하나 싶다가도 무턱대고 이러한 요청에 응한 것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요청에 응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법 제21조에 의하면 의료인 등은 환자 본인 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즉, 제3자에게 진료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발급은 원칙상 금지이다. 다만 의료법에서 정한 가족이나 대리인 등 일정범위의 자가 환자의 동의를 얻는 경우나 국민건강보험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하는 경우 등 의료법 제22조 제3항에 열거된 예외적인 경우에는 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한 수사기관의 협조공문이 의료법 제22조 제3항에 열거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면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의료법 제21조 제3항 제6호에 의하면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215조 또는 제218조에 따른 경우는 진료기록 등을 제공하는 것이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형사사건 수사 협조를 위해 진료기록 사본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경우, 즉 법원의 명령, 압수수색 영장에 의한 진료기록 등의 제공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 그러나 위의 방법이 아니라 수사협조공문처럼 일반적인 공문형태의 요청이라면 의료인이 그 요청에 따를 의무는 없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218조와 관련해 보면, 진료기록 사본 제공에 따른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의료인이 판단해 공익을 위해 임의로 진료기록 사본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라도 해당 환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하면 그러한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판단해 진료기록 등을 제공하더라도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기록 사본을 임의로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에 당사자가 의료법 위반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진료기록 사본을 제공한 의료인 등을 고소할 수 있으며 처벌받을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수사기관에서 범죄수사 등을 위해 진료기록 등이 꼭 필요하다면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이를 발부받아 진료기록 등을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의료기관에 수사협조공문으로 진료기록 등을 요청하는 것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거나 수사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공문을 받고 임의적으로 진료기록 등을 제공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민‧형사적인 위험은 수사기관이 아닌 오롯이 의료인의 몫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협조공문에 따른 진료기록 등 정보의 제공은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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