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 통한 항암 치료 가능할까

pulmaemi 2021. 11. 26. 16:17

[메디컬투데이=한지혁 기자] 간헐적 단식이 면역 활성화를 통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에 대한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다룬 연구 결과가 학술지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에 실렸다.


식단과 식사량의 변화는 건강과 면역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례로, 이전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의 단식이 세포 보호 메커니즘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러한 효과는 부분적으로 포도당과 인슐린,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IGF-1)의 일시적인 감소에서 기인했을 수 있다.

특히, IGF-1은 세포의 성장과 분열, 세포사 등을 조절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종양 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높은 혈당 역시 종양의 증식을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기간의 단식과 심각한 수준의 칼로리 제한은 어렵고 위험하다. 이에 과학자들은 영양결핍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단식의 이로운 면을 취하기 위해 칼로리, 당, 단백질 섭취량을 일정한 수준으로 줄이는 ‘간헐적 단식’ 식단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간헐적 단식의 파격적인 전임상 데이터에 기초하여, 실제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간헐적 단식이 암 관련 대사 및 면역학적 요인들을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한지 시험하고자 했다.

총 101명의 암 환자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첫날 600칼로리, 둘째 날부터 5일째까지 300칼로리의 동일한 식단을 섭취했다. 과도한 체중 감량을 피하고자, 참가자들은 5일간의 칼로리 제한 기간이 끝난 뒤에 16~23일동안 정상적으로 음식을 섭취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주기의 식이 조절을 평균적으로 4회, 많게는 8회까지 거쳤다. 참가자들이 앓고 있던 암의 종류와 단계는 다양했다.

분석 결과, 간헐적 단식은 참가자들의 혈당, 혈중 인슐린, 혈중 IGF 수치를 각각 18.6%, 50.7%, 30.3% 감소시켰다. 이는 암의 종류, 항암 치료, 암의 단계와는 무관하게 나타났다.

간헐적 단식이 시작된 지 5일지 지났을 때, 참가자 38명의 혈액 샘플에서 면역억제와 관련된 ‘골수세포’의 현격한 감소와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면역세포인 ‘세포독성 T세포’의 증가가 관찰됐다.

이어서, 연구진은 항암 치료의 일종인 ‘세포독성화학요법(ChT)’을 받는 유방암 환자들의 하위집단에 초점을 맞춰 ChT 단독 치료와 ChT와 간헐적 단식을 병행하는 것의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병행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 골수세포의 감소, 세포독성 T세포의 증가 등 상기한 38명의 참가자들과 유사한 양상의 면역 효과가 관찰됐다. ChT 단독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는 이러한 면역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가 암의 종류, 단계, 항암 치료와 관계없이 나타났으며, 안전한 방식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도출해 냈다는 것은 이번 연구의 주요 강점 중 하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암 환자의 대부분이 영양실조 상태임에도 안전과 윤리적 이유로 영양실조의 위험이 큰 참가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가장 의미 있는 발견은 우리의 간헐적 단식 요법이 암세포를 인지하고 파괴하는 특정 면역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라고 평가했으며, 간헐적 단식과 항암 치료를 결합하기 위한 추가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한지혁 기자(hanjh3438@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