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김준수 기자]
교사 김모(48세, 여)씨는 평소 자주 체하는 편이다. 내시경 검사에서 위염이나 역류성식도염으로 진단받아 약을 복용하곤 했다. 올해 검진에서는 만성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으로 진단받았는데 막상 별다른 치료 방법은 없고 정기적으로 내시경 추적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듣고 불안해졌다.
위염은 비교적 경증이라고 여겨지는 위장 질환이다. 소화기계통의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대다수가 위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인 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통념과는 달리 위염은 중증 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어, 가급적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위염의 위험성은 위염의 파생 질환으로 분류되는 만성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 증상을 통해 알 수 있다. 두 질환은 모두 위암의 직전 단계라고 불릴 만큼 환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증상이다. 또한 한 번 발병하면 이전의 건강했던 상태로 되돌리기 매우 힘든 질환이기도 하다.
만성위축성위염은 위 점막이 본래 지녔던 기능을 상실하는 증상이다. 해당 증상이 발병하면 위 점막의 두께가 줄어들며, 점차적으로 회백색을 띄게 된다. 이후 증상이 진행됨에 따라 위 점막은 핏줄이 비쳐 보일 정도로 얇아지게 되고, 결국 크게 위축돼 소화 기능 및 위산 분비 기능을 상실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이 같은 병증은 장기간 방치된 위염으로 인한 소화 기능 및 내부 면역력의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장 점막의 기능 상실은 소화 기능의 약화 및 위 상피 세포의 변질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한 대표적인 파생 질환이 바로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 Intestinal Metaplasia)이다.
부천 으뜸한의원 박지영 원장(한의학 박사)은 “만성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은 ‘위암의 씨앗’으로 불릴만큼 정상인에 비해 위암 발병 확률이 높지만 내시경 추적관찰 외에는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어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많다. 현대 한의학에서는 위장에서 발생한 독소인 담적으로 인한 담적병의 범주로 보고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선천적 비위허약(脾胃虛弱), 과음, 과식, 불규칙한 식사 등의 잘못된 식습관, 과도한 스트레스, 만성피로는 위장의 기능을 떨어뜨려 음식물이 위장에 오래 머물게 하고 여기서 발생한 독소가 위장점막을 투과해 근육층 사이에 쌓인 것을 담적(痰積)이라고 한다.
담적은 위장의 연동운동을 방해해 위장 점막 변성 및 소화기 증상을 유발한다. 만성소화불량, 목 이물감, 가슴쓰림, 복부팽만감, 위경련, 복통, 변비, 설사가 그 예다. 담적은 이뿐 아니라 위장에 분포하는 혈관과 림프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두통, 어지러움증, 불면증, 우울증, 수족냉증, 안구건조증, 이명, 구취(입 냄새) 같은 다양한 전신증상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담적이 유발하는 이런 증상을 담적병(痰積病, 담적증) 혹은 담적증후군으로 부르고 있다.
한의학적 담적병 치료는 담적과 확산된 담적의 독소를 제거해 각종 난치성 질환의 재발을 막고,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편 증상의 원인을 치료하게 된다.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적합한 담적병 한약을 처방하기 위해 진맥·진찰이 선행되며, 이어 담적병 혈자리에 침 치료와 약침 치료를 시행한다. 이 같은 다각적 치료를 통해 응고된 위장벽을 풀어 담적을 융해하고, 떨어진 소화 기능을 회복시켜 전반적인 신체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개선하는 등 원인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박지영 원장은 “담적병은 위장과 전신의 기능성 질환으로 내시경 같은 영상의학검사로는 진단이 어려운 특징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여러 증상이 있을 때 담적병을 의심해보고 한의원을 찾아 담적병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 맵고 짠음식, 탄산음료 등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식사하기, 꾸준한 유산소운동, 건전한 취미생활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가 뒤따라야 담적병 치료 후에도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준수 기자(junsoo@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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