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당뇨 인구 1000만 시대’…손발저림ㆍ감각이상 있다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의심하세요

pulmaemi 2020. 11. 6. 14:25

[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

‘당뇨 인구 1000만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 ‘팩트시트 2020’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3.8%(인구 기준 494만 명)로,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를 포함하면 국내 당뇨 인구는 94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사질환의 일종인 당뇨병은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말한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로 발생한다. 음식물로부터 흡수된 포도당이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몸 속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당뇨병은 질환 자체보다 당뇨합병증이 더 심각하다. 평소 꼼꼼히 확인하고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당뇨합병증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심혈관질환, 당뇨병성 망막병증, 만성신부전, 당뇨발 등이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손발 저림이나 감각 이상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해야 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아 고혈당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말초신경계 손상으로 발생하는 당뇨합병증으로 감각신경, 운동신경, 자율신경 등에 이상증상이 발생한다.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말초혈관 질환과 동반돼 족부의 궤양은 물론 절단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당뇨발)까지 초래할 수 있다. 그만큼 정확히 진단하고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지만 심혈관질환, 신장병, 망막질환 등과 같은 다른 당뇨합병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위험인자는 고령, 당뇨병 유병기간, 혈당조절, 고혈압, 흡연, 이상지질혈증, 비만, 인슐린분비 기능 저하, 심혈관계 질환 등이다. 대체로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인지가 어려워 간과하기 쉽다. 주요 증상은 ▲이상감각, 이질통, 통각과민, 통증과 같은 양성증상 ▲통각감퇴, 온도, 진동, 압력에 대한 감각저하 ▲반사저하, 무감각 같은 음성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김영도 신경과 교수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진행되는데 환자의 30~40%에서 신경병 증상을 호소하고 가장 흔한 증상은 사지 통증으로 밤에 악화하는 특징을 보인다”며 “특히 통증성 말초신경병은 전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43.1%에서 보고된다는 국내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전체적으로 제2형 당뇨병(17.9%)이 제1형 당뇨병 환자(5.8%)보다 유병률이 높게 보고된다”며 “전형적인 감각이상은 사지의 말단부로 갈수록 심해지는 형태로 상지보다 하지 말단부, 운동신경보다는 주로 감각신경의 이상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모노필라멘트검사, 감각신경검사, 신경전도검사, 유발전위검사 등이 진행된다. 모노필라멘트검사는 10g의 길고 가느다란 침(필라멘트)을 환자의 발바닥을 일정 부위를 찔러 보며 자극을 느끼는지 알아보는 검사법이다. 감각신경검사는 온도, 진동, 전기적 자극 등을 아주 적은 자극부터 점차 강도를 세게 하면서 환자가 자극을 어느 시점부터 감지하는지 확인해 이상 여부를 보는 검사다.

신경전도검사는 진단에 가장 유용한 검사법으로 신경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팔이나 다리 부분에 패치를 부착하고 전기 자극을 줘 말초신경의 전기적 전도 속도를 평가해 이상 여부를 판단한다. 유발전위검사는 팔이나 다리의 말초신경에 반복적으로 약한 전기 자극을 주면서 대뇌에 나타나는 미세한 전기적인 파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검사다.

김영도 교수는 “무엇보다 증상 없이 말초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 후 5년,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과 동시에 말초신경병 선별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또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들이 많은 만큼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의의 상담과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치료 목적은 통증 및 증상을 완화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 또 신경의 퇴축을 막아 재생을 돕고 사지 손상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막는다.

약물치료는 알파 리포산, 듀로세틴, 프레가발린 등이 주로 쓰인다. 그 외 삼환계 항우울제, 항경련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이 사용될 수 있다. 만약 호전이 없을 경우 기전이 서로 다른 약물로 변경하거나 병합을 시도해볼 수 있고, 심한 경우 마약성 진통제(아편유사제)를 추가해 볼 수 있다.

김영도 교수는 “고혈당과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중증도는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혈당조절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흡연, 심혈관질환의 과거력,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심혈관 위험인자의 관리도 필요하다”며 “대사증후군, 당뇨 전 단계 및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발생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010tnrud@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