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계 질환

단순 치질인 줄 알았는데 염증성 장질환?

pulmaemi 2020. 4. 17. 14:53
잦은 설사ㆍ복통 반복된다면 의심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

다소 생소한 이름의 크론병은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이름 그대로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병변의 위치, 범위, 특징에 따라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만 발병하고 염증이 얕으며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게 특징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많이 발병하며 염증이 깊고 띄엄띄엄 분포한다.

나수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설사나 복통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과음, 과식,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특히 점액변, 혈변,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이 동반된다면 전문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어지면 증상이 악화되고 장폐쇄, 천공, 대장암, 치루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의 특징은 남자에서 더 많고(2~3배) 소장 병변이 흔하며(약 90%) 진단 당시 항문 치루가 동반돼 있는 경우가 많다(약 50%).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장내세균, 유전적 소인, 면역 반응,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약 4만4000명, 크론병 환자는 약 2만2000명이다. 과거에는 서양에서 흔한 질병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한 가지 검사만으론 진단이 어렵다. 증상, 혈액검사, 대변검사,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특히 병변과 질병의 범위 확인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와 조직검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권장된다.

만약 소장 침범이 의심되는 크론병이라면 캡슐내시경 검사 또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적으로 증상의 악화(활동기)와 호전(관해기)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아직까지 완치를 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따라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소실되는 관해를 목표로 하고 이 관해기를 얼마나 길게 유지하는 지가 치료의 관건이다.

▲나수영 교수 (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나수영 교수는 “과거에는 주로 증상의 호전에 초점을 맞춰 치료했지만, 최근에는 목표가 상향돼 장 점막의 염증을 완전히 소실시켜 장 손상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점막 치유를 목표로 치료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완치 약물은 없지만 염증을 조절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약물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병변의 심한 정도, 범위,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항생제, 5-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적절하게 조합해 사용한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감소시키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출혈, 누공, 천공, 농양, 장폐쇄, 대장암 등의 합병증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술은 치료의 마지막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수술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법으로는 대장절제술, 절제-문합술, 협착성형술, 소장 장루술 등이 있다.

나수영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의 경우 만성적 재발성 질환으로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치료를 절대 중단하면 안 된다”며 “치료를 중단하면 대부분의 경우 재발하고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pj9595@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