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노무현’의 아름다운 뜻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올해 우리는 두 분을 잃었습니다.
두 분 모두 우리에게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어렵게 가꿔온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그 분들의 빈자리가 새삼스레 더 안타깝고 가슴 아픕니다.
더 따뜻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할 텐데
오히려, 어렵사리 만들어온 민주주의의 토대와 남북 평화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가 그토록 허약했던 것일까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오늘의 이 퇴행 역시
우리가 받아 안아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가꿔온 민주주의가 누구로부터 그냥 주어진 게 아니듯,
이 퇴행을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일도
민주주의의 주체인 우리 시민들의 몫이요 숙명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기신 말씀이 새삼 가슴에 와 닿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기신 말씀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십시오.”
그렇습니다. 권위주의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우리가 깨달았듯이
민주주의는 헌법의 조문으로 ‘선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각과 참여로 ‘실천’되고 ‘구현’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혹독하고 어려운 시절을 헤쳐
여기까지 민주주의를 밀고 왔습니다.
그때의 그 마음,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 이외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던 그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여기, 슬픔과 아픔을 딛고
새로 출범하는 ‘노무현재단’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기 전에,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유일무이한 보루라는 신념을 가진, 모든 시민의 전범이 될 만한
‘진정한 시민’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시민 노무현’의 뜻은 우리 모두가 함께 꽃피워야 할 만큼
아름답고, 순정하고, 결연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노무현재단’ 역시 시민과 함께 시민의 마음을 안고 가야 합니다.
노 대통령 서거 후 수많은 시민들이 그 분 가시는 길을 애도했습니다.
그 만큼의 마음이 ‘노무현 재단’에 성원으로 모아지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만큼 더 나아갈 것입니다.
기부와 참여가 ‘특별한 미덕’이 아니라 ‘시민의 의무’인 나라가
민주주의를 아름답게 꽃피우는 걸 여러 나라에서 봅니다.
오늘의 이 퇴행을 막아내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민주주의는 좌파와 우파, 지역과 세대의 차이를 넘어
끝없이 전진해 나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신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한국 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믿으신다면,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참여하고 행동합시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노무현재단’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또 하나의 ‘조직된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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