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혈관이 많은데다 해부학적 구조도 복잡해 절제 시 출혈 위험이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간을 절제할 때는 시야 확보가 좋은 개복수술이 주로 시행돼왔다.
하지만 최근 고난도 간 절제 수술에도 상처와 통증을 최소화하는 복강경 수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결과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간 절제를 받아야 하는 간암 환자와 간이식 기증자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팀은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간세포암으로 간 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경과를 분석한 결과, 복강경 수술 환자(217명)의 합병증 발생률은 6.5%로 개복수술 환자(434명)의 12%보다 현저히 적어 복강경 수술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복강경 간 절제술은 복부에 직경 1cm의 구멍 3~5개를 뚫고 그 안으로 복강경 기구를 넣어 간을 절제한 뒤, 치골상부의 작은 구멍으로 절제된 간을 빼내는 수술법이다. 미세침습 방식이어서 상처, 통증, 출혈이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회복이 빠르다 보니 입원기간도 복강경 수술 환자가 개복수술 환자보다 약 일주일 정도 짧았다. 개복수술 환자가 평균 14.8일간 입원해 있던 반면, 복강경 수술 환자는 평균 8.9일간 입원한 후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혈로 인해 수혈을 받은 비율도 복강경 수술 환자에서는 1.8%로 개복수술 환자(3.5%)의 절반에 그쳤다. 5년 장기생존율은 복강경 수술 환자가 78.6%, 개복수술 환자가 84.3%로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복강경을 이용한 간세포암 절제는 외과계에서 난도 높은 수술 중 하나로 꼽힌다. 재발 가능성을 낮추려면 종양이 위치한 간 구역 전체를 해부학적으로 광범위하게 절제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강경 수술은 개복수술처럼 복강 내에 손을 직접 넣을 수 없고 오직 복강경 기구로만 간을 절제해야 하므로 쉽지가 않다.
하지만 김 교수팀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간암, 간낭종 등 간질환 환자와 간이식 기증자에게 총 1천례의 복강경 간 절제술을 시행하며 술기를 고도화시켜왔다.
그 결과 현재 간세포암 복강경 절제에서 단일센터 기준으로 558례라는 세계 최다기록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간경화로 인해 딱딱해진 간세포암 병변조차도 복강경으로 충분히 절제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편, 간암 절제뿐 아니라 간암 환자의 간이식을 위해 진행되는 기증자 간 절제에서도 김 교수팀의 복강경 수술은 우수한 성적을 보여왔다. 복강경 간 절제술을 받은 간이식 기증자에게서 수술 후 합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는 건강했던 간이식 기증자가 간 절제 후에도 건강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 교수팀은 지난 2008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순수 복강경 수술을 통해 간이식 기증자의 간을 절제하는데 성공했으며, 간이식 기증자의 간 우엽 절제에서 복강경 수술의 표준지침을 제시해 학계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개복수술로도 어려운 고난도 간세포암 절제에서 복강경 수술의 안전성과 우수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술기를 더욱 정교화해 복강경 간 절제술의 적용 범위를 넓혀 간암 환자와 간이식 기증자의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복강경 간 절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복강경 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환자를 잘 선별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간정맥이나 간문부에 종양이 있으면 개복 절제술이 더 안전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정확한 상담을 통해 수술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난도 간세포암 절제에서 복강경 수술의 안전성을 입증한 김기훈·윤영인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소화기 분야 SCI급 국제저널인 미국내시경외과학회지(Surgical Endoscopy) 최신호에 발표됐다.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ed3010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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