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
안학수
생면부지인 그대가 나를 추모하니
나는 고마울밖에 달리 무슨 말을 하겠소만
모두 놓아버리고 가야기에 한 마디 하리다.
그 자리에 나를 앉혀놓고 그대는 무엇을 했던가요?
그대 뜻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날를 원망했나요?
기대에 못 미친다고 등 돌리고 욕하진 않았나요?
설마
나를 원수로 삼던 저들처럼 나를 능멸하진 않았겠죠?
무능한 바보라고 빈정거리진 않았겠죠?
학벌 없고 품위 없다고 업신여기진 않았겠죠?
행여 지금도
저들의 모함을 믿고 나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닌가요?
모든건 역사와 진실에게 맡기겠지만
내가 살아있을 때 저들이 내게 그랬듯
또 나를 억울하게 하지는 말았으면 해요.
특권층의 특권의식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루지 못해 마음이 걸립니다만
힘없고 가난한 이들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자고
열심히 노력했던 것만은 내 진심이었소.
그대가 마지막까지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 해도
나는 그댈를 경솔하거나 비겁한 자로 여기지 않아요
그저 나를 믿고 따른 모든 이들께 미한할 뿐이오.
마지막으로 부탁하오
어디누구라도
내가 들었던 깃발을 들고 그 길 닫시 가는 이가 있거든
그가 자기 깃발을 세우고 자신의 길을 가도록 돕고
승리 이룰 때까지 꼭 그 곁을 지켜주기 바라오.
이제 나는 모두 잊고 편히 쉬려 하오.
눈물 맺힌 그대의 진심만 받아 가리다.
-잘하셨습니다. 치사하고도 역겨운 이 나라 이젠 다 잊으시고
-따뜻하고 행복하고 차별 없고 다툼 없는 그 나라에서 영면하소서.
시인 안학수-1954충남공주출생.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등단.동시집(박하사탕 한봉지)_
'사람사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별하신 분, 특별한 묘역. (0) | 2009.10.01 |
---|---|
사생취의(捨生取義) 정신을 기리며 (유시민 기고문) (0) | 2009.09.29 |
어느 인터넷서점에 남겨진 '성공과 좌절'에 대한 독자리뷰 (0) | 2009.09.26 |
노무현재단 후원을 약정해 주세요 _()_ (0) | 2009.09.24 |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창립선언문 (0) | 2009.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