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대한민국16대대통령 노무현 추모시집'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중에서

pulmaemi 2009. 9. 28. 09:58

영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

                        안학수

 

생면부지인 그대가 나를 추모하니

나는 고마울밖에 달리 무슨 말을 하겠소만

모두 놓아버리고 가야기에 한 마디 하리다.

 

그 자리에 나를 앉혀놓고  그대는 무엇을 했던가요?

그대 뜻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날를 원망했나요?

기대에 못 미친다고 등 돌리고 욕하진 않았나요?

 

설마

나를 원수로 삼던 저들처럼 나를 능멸하진 않았겠죠?

무능한 바보라고 빈정거리진 않았겠죠?

학벌 없고 품위 없다고 업신여기진 않았겠죠?

 

행여 지금도

저들의 모함을 믿고 나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닌가요?

 

모든건 역사와 진실에게 맡기겠지만

 내가 살아있을 때 저들이 내게 그랬듯

또 나를 억울하게 하지는 말았으면 해요.

 

특권층의 특권의식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루지 못해 마음이 걸립니다만

힘없고 가난한 이들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자고

열심히 노력했던 것만은 내 진심이었소.

 

그대가 마지막까지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 해도

나는 그댈를 경솔하거나 비겁한 자로 여기지 않아요

그저 나를 믿고 따른 모든 이들께 미한할 뿐이오.

마지막으로 부탁하오

어디누구라도

내가 들었던 깃발을 들고 그 길 닫시 가는 이가 있거든

그가 자기 깃발을 세우고 자신의 길을 가도록 돕고

승리 이룰 때까지 꼭 그 곁을 지켜주기 바라오.

 

이제 나는 모두 잊고 편히 쉬려 하오.

눈물 맺힌 그대의 진심만 받아 가리다.

 

-잘하셨습니다. 치사하고도 역겨운 이 나라 이젠 다 잊으시고

-따뜻하고 행복하고 차별 없고 다툼 없는 그 나라에서 영면하소서.

 

                                         시인 안학수-1954충남공주출생.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등단.동시집(박하사탕 한봉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