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
초복과 휴가철이 시작되는 여름 이 시기에는 갑자기 설사를 하거나 배앓이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냉방기구 사용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온 조절이 미숙한 아이들은 실내외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하고 장염, 설사, 배앓이 등 소화기 질환을 쉽게 겪게 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처럼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체표의 혈류량이 늘어나는 반면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은 줄어드는데, 이것이 여름철 아이들의 배앓이와 설사의 주요 원인이 된다.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의 경우 다리를 웅크리면서 자지러지게 울거나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설사 등 위장장애를 호소하며 쉽게 피곤해하면 냉방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부천신중동 함소아한의원 함선희 대표원장은 “여름에 항상 배앓이를 하는 아이들은 한방에서 체질로 보면 ‘소음인(少陰人)’인 경우가 많은데, 체질적으로 몸이 차고 허하며 속이 냉하기 때문에 찬 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체질은 여름철에 장염이나 설사가 오래가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으니 복통, 설사를 가볍게만 여겨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찬 과일을 먹고 나서 살살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무른 변을 자주 보는 아이, 평상시 멀미를 자주 하는 아이, 기력과 식욕이 같이 없어지는 아이, 손발이 차고 겨울에 추위를 많이 타는 아이들은 체질적으로 배앓이가 잦을 수 있다. 부천 신중동 함소아한의원 함선희 원장의 도움말로 아이들의 여름철 배앓이 예방수칙에 대해 알아본다.
여름철 아이들의 빈번한 배앓이 증상을 예방하려면 실내외 기온 차가 5℃를 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더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냉방이 잘된 추운 실내로 들어와 생활하게 되면 냉방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여름철 면역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된다. 대형 쇼핑몰이나 키즈카페 등 외부 활동을 하게 될 때는 아이에게 얇은 가디건을 준비해 입혀주고, 땀을 흘린 상태에서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잠자는 동안(특히 기온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새벽 3시에서 6시)에도 선풍기나 에어컨 사용으로 복부가 찬공기에 노출될 수 있으니, 배 주위에 얇은 이불을 꼭 덮어주도록 한다.
여름 휴가철에 장시간 이동을 위해 아이가 차 안에 있어야 하는 경우 에어컨을 계속 켜두면 내부 공기질이 안좋아지고 공기가 건조해져 비염이나 코피, 감기 등 호흡기 증상으로 이어진다. 차량 이동 시에 창문을 열어 수시로 환기를 해주고, 휴게소 등에 들르면서 잠깐씩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도 여름철 에어컨 사용 시에는 외부와의 공기 순환을 위해 2시간에 한번씩 환기를 하도록 한다.
무더운 여름이라도 찬 음식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소화기관과 장에 좋다. 아이들은 더위에 입맛을 잃고 기력이 떨어지면 차가운 음식만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찬 음식은 소화 기관의 온도를 떨어뜨려 소화기능이 더욱 약화된다. 아이스크림, 찬 음료수, 얼음물,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과일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며 찬음식을 먹은 직후에 따뜻한 물 한모금으로 달래주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미지근한 물을 먹고 자는 습관을 만들어주도록 한다. 차가운 음료수 대신 여름 건강음료인 생맥차나 제호탕으로 여름철 진액을 보충하고, 속을 냉하지 않게 관리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여름철 배앓이 등 잔병치레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초복 즈음에 ‘동병하치(冬病夏治)’ 치료를 한다. 동병하치는 가장 더운 복날에 뜨거운 보양식을 먹는 것과 같이 혈자리에 한약재 패치를 붙여서 체내에 양기를 기르고 면역력을 높이는 치료법이다. 여름철 배앓이를 자주 하는 아이들은 초복, 중복, 말복에 10일 간격으로 시행하는 데 강즙, 백개자, 세신 등 따뜻한 약재로 구성된 삼복첩을 혈자리에 부착해 소화기와 호흡기를 보강한다.
함선희 원장은 “여름에 지나치게 차가운 것을 쫓지 말고 적당히 덥게 지내면 자연과 인체의 균형이 조절되고 체내 양기가 보충될 수 있으니, 특히 소화기관이 안좋은 아이들의 경우는 배앓이 예방수칙을 잘 지키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pj9595@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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