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2015년 국민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권고량 2000㎎(소금 5g)의 약 2배 수준인 3890mg으로 연령, 소득,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모든 군에서 목표섭취량 기준을 초과하는 양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거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하루에 5000에서 6000mg까지도 나트륨 과다섭취를 하고 있다.
2008년에 비해 나트륨 섭취량은 % 감소했고, 2000mg 이하 섭취하는 인구비율도 12.8%에서 2015년 21%로 증가했지만, 나트륨 과잉섭취와 관련된 4대 만성질환(고혈압, 고혈압으로 인한 심장병, 만성 신장병, 뇌경색) 진료비는 전체의 15.1%나 차지하며, 환자수도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30대 이상 남자에서 3명 중 1명, 여자 4명 중 1명은 고혈압을 갖고 있어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장내과 강이화 교수의 도움말로 나트륨 과다 섭취시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한 식사법에 대해 알아본다.
염분의 주성분인 나트륨(40%)은 세포외액의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삼투압을 결정해 혈액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과잉 섭취하면 혈관 내 삼투압이 상승하면서 혈액량이 증가해 혈관이 팽창하고, 혈관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게 돼 혈압 상승 및 고혈압 발생에 기여하게 된다.
고혈압은 혈관벽의 장력을 증가시키고 손상된 혈관조직 재생과정을 변형시켜 심장혈관 및 뇌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함으로써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심장 특히 좌심실 비대와 연관돼 있으며,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심혈관 질환사고 위험을 25~30%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트륨 섭취 감소에 의한 심혈관 질환 발생 감소 효과는 혈압 감소에 따른 효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 연구에서는 혈압의 변화와 관련 없이 뇌졸중의 발생을 낮추는 결과를 나타내었다.
나트륨 섭취를 4000mg에서 2000mg으로 줄이면 혈압을 2-3mmHg 감소시켜 수년간 지속할 경우 10mmHg정도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며, 고혈압 약제의 효과를 2배 이상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는 고나트륨 식품표시제 도입 등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3년간 나트륨 섭취를 3분의 1 가량 줄였고, 그로 인해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평균 10mm Hg 감소했고, 국민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5년 연장됐다.
고혈압은 신장병 발병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은 나트륨과 수분의 양을 조절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특히 혈압조절에 가장 중요한 장기이다.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전신 혈압이 높아지게 돼 신장의 사구체 및 주변혈관들에 높은 압력이 전해져 사구체와 혈관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허혈성 손상이 지속되면 만성신장병으로 진행하게 된다. 만성 신장병이 되면 염분의 배설이 감소해 염분이 축적되고 레닌 및 안지오텐신 호르몬 증가로 인해 고혈압을 더욱 악화시키게 되는 악순환을 유발하게 된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뼈의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염분섭취가 많아지면 신장에서 소변으로 나트륨 배설을 증가시키게 되는데, 나트륨이 배출될 때 칼슘이 함께 배출돼 혈액내 부족한 칼슘 보충을 위해 뼈 속의 칼슘을 배출시켜 골감소증,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 및 노인에서 성장장애나 골절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소변에서 증가된 칼슘배설로 인해 그 칼슘이 돌을 만들기 쉬워 요로결석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트륨은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도 알려져 있는데 염분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암 발병 위험도를 2∼5배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할 경우 나트륨이 위의 점막 상피세포 손상을 촉진해 위염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위산이 감소돼 H. pylori 세균 침입이 수월해지면 위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젓갈류와 김치류의 섭취가 증가할수록 위암 발생 위험도는 증가하며 생으로 먹는 채소나 과일의 섭취가 위암 발병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건강관련 단체인 ‘소금과 건강을 위한 세계건강(WASH)’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짜게 먹을 경우 비만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나트륨과 비만간의 상관관계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특히 청소년의 경우 짠 음식과 비만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7∼18세 청소년의 경우 음식의 짠 정도(나트륨(mg)/식품섭취량(g))가 1단위 증가할수록 비만의 상대위험도가 13.2%씩 증가했다. 나트륨이 많이 함유된 짠 음식을 즐겨 먹으면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탄산음료나 주스 등 단맛 음료의 섭취량이 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의 효과도 떨어뜨려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해 과체중ㆍ비만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두통의 발생 및 면역기능 이상, 자가면역 질환 (다발성 경화증) 발생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한 식사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성인들이 염분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음식은 김치류(29.6%), 국·찌개류(18%), 어패류(13.3%) 순으로, 먼저 김치와 국물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밥상에서 매끼 먹는 뜨끈한 국물이나 김치를 아예 식탁에서 치워버리기는 어려우므로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소금에 직접 절이지 말고 소금물에 절이는 것도 김치의 염분함량을 줄일 수 있다. 또, 식탁 위에 야채를 김치처럼 늘 올려두고 야채에 쌈장이나 소스를 약간만 찍어먹으면 김치를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국이나 찌개는 먹는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물은 고염분 음식이므로 가급적 찌개보다는 국으로, 국보다는 숭늉으로 먹는 게 좋다. 국그릇을 절반 크기로 줄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또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습관은 버리고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될 수 있으면 손대지 않는다. 국과 찌개의 경우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기보다는 멸치·양파·다시마·새우·표고버섯 등을 우려낸 국물로 만드는 것도 좋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쌈장 등의 양념류와 화학조미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염분을 제한하면 음식의 맛이 밋밋해질 수 있는데 이는 허용된 양념으로 조절할 수가 있다. 식초, 설탕, 고춧가루, 후추, 겨자, 고추냉이, 파, 마늘, 생강 등을 활용하면 새콤달콤하게, 얼큰하고 알싸한 맛으로 음식을 즐길 수가 있다.
젓갈, 장아찌 등의 절임류나 소시지, 햄, 치즈 등의 육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들은 염분 함량이 매우 높으므로 자주,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라면의 경우 개당 평균 2143.2mg의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어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으며, 끓일 때 스프를 반만 넣고 국물은 먹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조개, 새우, 게 등의 해산물과 내장류에는 식품내 염분 함량이 높고 과자 등 간식류도 소금 또는 조미료가 많아 주의를 요한다.
염분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허용된 양의 염분을 한 가지 음식에만 넣어 조리하는 방법도 있다. 모두 싱거워서 식사하기 힘들 때 한 가지 음식만 제대로 간을 해서 섭취하는 방법이다. 유사한 방법으로는 양념장을 만들어 두었다가 식사 때마다 간하지 않은 음식을 양념장을 찍어 먹는 방법도 있다.
강이화 교수는 “칼륨은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바나나, 감자, 아보카도, 키위, 메론, 수박, 토마토, 시금치 등 칼륨이 많은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하루 한번이라도 챙겨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신장이 안 좋은 환자는 칼륨이 함량이 높은 과일과 야채 등을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lhs783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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