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온 세상이 흑백도시처럼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하늘을 희뿌옇게 만드는 미세먼지에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유해성분이 대부분이며 카드뮴, 납과 같은 중금속도 섞여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호흡기 및 순환기 질환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눈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다양한 안구 질환을 일으킨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안과 황제형 교수의 도움말로 미세먼지로부터 건강하게 눈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미세먼지는 안구건조증의 발생위험을 높인다. 안구건조증은 눈물막이 불안정해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미세먼지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안구에 이물감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눈물막을 약화시켜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눈꺼풀 끝에 붙은 미세먼지는 마이봄샘(눈의 지방물질을 내보내줘서 눈을 부드럽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의 기능 장애를 일으켜 건조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연령에 관계없이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이전에 눈 수술을 받은 적이 있거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등 위험인자를 이미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안구건조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는 각막염의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미세먼지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눈이 가려워 비비게 되면 각막이 손상되어 각막염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미세먼지가 심해질수록 눈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각막염은 다양한 위험인자에 대한 노출로 인해 발생되므로 미세먼지가 하나의 위험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노출이 각막 상피세포를 손상시켰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각막염으로 이어지게 되어 더 높은 미세먼지 농도에 노출된 경우 각막 상피세포의 손상이 더 심하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로부터 눈 건강을 지키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우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콘택트렌즈는 안구건조증과 각막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며, 그 중요성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콘택트렌즈가 각막 상피세포에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렌즈와 눈 사이에 이물질이 오래 머물도록 하면서 눈에 각종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색소가 들어있는 컬러 렌즈는 산소투과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할 수 있다. 특별한 이유로 안경을 쓰기가 곤란한 날이라면 컬러 렌즈나 소프트 렌즈보다는 하드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눈 건강에 도움이 되며, 또한 착용하더라도 무방부제 인공눈물을 자주 사용하고 착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
또한, 평소에 인공눈물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자주 점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방부제가 포함되지 않은 인공눈물은 실제 눈물 성분과 비슷하게 제작된 안약이므로 수시로 점안해도 관계없다. 인공눈물은 안구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다른 이물질도 물리적으로 세척해주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안구건조증의 증상을 개선해주고 각막염으로의 진행을 막아준다. 인공눈물은 실내든 실외든 하루에 4~5회 이상 충분히 점안하는 것이 좋다.
만약 한 달 이내 라식, 라섹, 안내 렌즈 삽입술 등의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수술 부위가 다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수술 부위의 감염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외출 시 인공눈물을 자주 점안하고 외출 후 충혈이나 통증, 시력저하가 생겼다면 신속히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
▲안과 황제형 교수 (사진=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제공) |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안과 황제형 교수는 “집에서 세안하는 것만으로 눈꺼풀 끝까지 세척하기는 어려우므로, 시중에 눈꺼풀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눈꺼풀 청결제를 같이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며, “아침 저녁으로 따뜻한 수건을 눈 위에 올려 따뜻하게 찜질한 후, 눈꺼풀 청결제로 끝을 닦아내면 눈에 붙은 마지막 미세먼지까지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되도로 외출하지 않고, 외출 시에는 보안경을 착용하는 것과 인공눈물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콘텍트렌즈 착용을 자제하고 눈이 가렵거나 따갑다고 눈을 비비게 될 경우 각막 손상이나 눈꺼풀의 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눈을 비비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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