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
의료계와 한의계가 태극권 치매 효과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치매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 토론회에서 한의계가 태극권이 인지기능과 체력, 우울증 척도 등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극권이 치매에 효과가 있다면 취권이나 영춘권, 다른 권법들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환자는 무분별한, 근거 빈약 치료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비판에, 한방신경정신과학회는 취권이나 영춘권 등 다른 무술들을 거론하며 조롱했다고 반발했다.
19일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계에 치매치료 해답을 태극권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한방의 침이나 한약이 치매치료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부터 연구하고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로 치매와 인지장애에 관련해 태극권 외에도 여러 가지 운동법들의 효과가 연구되고 있지만, 태극권이 다른 권법이나 운동에 비해 더 나은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학계에서 태극권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태극권만의 신묘한 효과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태극권의 느리고 부드러운 동작이 노인이나 환자들이 따라 하기 쉽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운동법 중 하나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방신경정신과학회가 태극권 효과의 근거로 우리나라의 의사가 연구한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연구는 밝은빛태극권 엄기영 대표와 동아대 천상명 교수팀이 경도인지장애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한 ‘브레인업 타이치’ 운동법과 인지훈련의 효능 비교한 소규모 임상시험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는 “무엇보다 중국의 태극권과 한국의 한방은 전혀 관계가 없으며, 태극권을 한방 치료의 일종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의계는 치매치료의 해답을 중국의 태극권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한방의 침이나 한약이 치매치료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부터 연구하고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방 기공요법의 치매예방 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며 이를 치매국가책임제에 포함시키는 것을 반대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의협이 최근 개최된 국회토론회에서 학술적·임상적으로 검증되고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한방치매치료를 치매국가책임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소 측은 “국회토론회 발표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한방치매치료의 효과가 검증된 것처럼 주장하기 위해 부적절한 근거자료를 인용하는 등 상당한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었다”고 밝혔다.
먼저 태극권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근거로 제시한 일부 논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는 있지만 ‘태극권이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확고한 결론은 없다’고 설명했다. 설령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논문마다 다른 유형과 수련방법으로 정량화도 불가능하다고.
특히, 논문 5편 역시 모두 국내 한의사가 아니라 전문 사범에 의해 교습된 태극권에 대한 논문인 만큼, 태극권에 대한 논문이지 한방 기공요법에 대한 논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홍콩에서 수행된 연구논문을 한의협은 2012년 미국의사협회지에 개제된 논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미국병원장협회 학술지 정도에 불과하고 영향력지수도 ‘미국의사협회지’보다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국의사협회지 논문인 것처럼 왜곡해 발표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연구소 측은 “근거도 없는 치료법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마저 포기하는 행위”라며 “향후 한의협 국회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대해 추가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lhs783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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