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바보 노무현' 만난 바람 부는 날

pulmaemi 2009. 7. 22. 07:05

바보 노무현' 만난 바람 부는 날
[리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사진전 '눈물은, 진하다' 연 카페 포토텔링

(미디어오늘 / 최훈길 / 2009-07-19)

 

장맛비가 몰아치던 18일 밤 저녁 대학로 카페를 찾았다. 들어서자 영정 사진 앞에서 눈물을 훔치며 뒤돌아서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입구엔 '눈물은, 진하다' 라고 쓰인 검정색 펼침막에 13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래도록 기억될 분, 편히 쉬세요", "떠난 후에 소중함을 알게 되네요" 등이 씌어진 수십 여 장의 메모, 150여 장의 사진이 계단을 빼곡 메웠다.

 

문을 열자 은은한 추억의 팝송이 들렸고 테이블 5개, 의자 20여 개의 아담한 카페 한쪽 벽에 사진 29장이 전시돼 있었다. '노무현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입니다'라는 펼침막 앞으로 영구차가 지나가는 모습, 노란빛 풍등을 하늘 위로 날리는 모습, 방패와 곤봉을 들고 뛰쳐나올 듯한 전경들, 방패 앞에 비친 촛불 등 다양한 이미지가 사진에 담겨 있었다. 봉하마을, 덕수궁 시민 분향소, 서울역 분향소, 서울 시청 광장 등에서 담아온 사진이었다.

 

   
 
▲ 포토텔링 카페 출입구 모습. 최훈길 기자 chamnamu@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카페 '포토텔링'(www.phototelling.net).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났지만, 그 때를 기억하는 추모 사진전이 열렸다. 커피와 사진의 만남도 독특했지만, 현직 사진 기자(김수진 박정호 심현철 양시영 이광호 이기범 이기태 이명근 이새롬 이치열 이혜영 조성봉 한승호) 13명이 자비를 털어 자발적으로 전시했다는 점도 이례적이었다.

 

눈길을 끈 것은 보도 사진을 주로 찍는 기자들인데 전시된 사진은 낯익은 사진이 아니었다. 이번 사진전을 기획한 카페 주인장 이현석씨에 따르면, 사진을 선정의 첫 번째 원칙이 보도 사진처럼 안 보이는 사진이라고 한다.

 

기자들의 사진에서 보도 사진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을 선정했으니 그만큼 선정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문학.미술 평론가 등의 심사단을 꾸렸고, 이들과 기자들이 모여서 내부 회의도 수 차례 했다고 한다.

 

함께 모이는 시간은 보통 밤 9시께. 13명의 기자가 낸 300여 점의 사진 중 카페 출입문과 내부에 걸 30여 점의 작품을 최종 선정하는데 갑론을박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기자 13명 모두 서로 안면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었고, 심지어 주인장과도 이번에 처음 만난 기자도 있었다고 한다. 정치적으로도 보수·진보 등 다양했고 소속된 매체 성격도 가지각색이라 애초부터 합의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결국 9일 밤 자정엔 기자들이 모여 10일 사진전을 준비하게 됐다. 

 

   
 
▲ 포토텔링 카페 계단에 걸린 추모 사진 모습. 최훈길 기자 chamnamu@
 
 

기획전인데 사진을 찍은 기자 이름도 사진 설명도 전혀 없던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선입견을 버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주인장은 작품마다 매체 이름과 사진기자 이름을 공개하게 되면 시민들이 사진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매체를 보고 사진을 평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기획전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주인장은 일부 사진 기자들의 경우 22일께 발간될 도록에 자사 명이 나오는 인터뷰를 꺼려 결국 담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음악제도 대학교에서 불허할 정도로 정치적 부담이 있었는데 이 사진전 역시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노사모'가 아닌 주인장에게 아는 지인들조차 '노사모였냐'고 묻고 단골들도 사진을 보자 그냥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 추모 사진을 보는 시민들 모습. ⓒ포토텔링
 
 

그런데도 이런 부담을 안고도 기획전을 왜 열었을까. 주인장은 '눈물은, 진하다'라고 기획전 이름을 정한 것은 쉼표에 숨은 의미로 '눈물은 똑같이 진하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봉하마을을 못 찾은 주인장이 전시 공간을 내주고, 당시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기자들의 작품을 통해 슬픔을 기억해보자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사람을 분류해 편가르기 식으로 보는 우려보다는 누구나 함께 느꼈던 슬픔의 의미를 함께 이야기 해보는 것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사진 심사에 참여했던 고영직 문학평론가는 카페에 붙여진 기획전 포스터에서 "그의 서거 49재를 맞아 기획된 추모 사진전 <눈물은, 진하다>전은 어쩌면 '사람은 결국 무엇으로 사는가?'를 묻고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정을 넘어 나선 카페 계단엔 "바람이 불 때마다 떠올리겠습니다. 저도 이젠 다르게 살아야겠네요"라는 메모가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8월 15일까지, 747-7400)

 

다음은 전시된 기자들의 작품 13점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 26일 서울 덕수궁 앞으로 조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민들이 분향을 하고 있다. ⓒ심현철 기자

 

▲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째인 24일 봉하마을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헌화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수진 기자

 

▲ 5월 27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 당사에 마련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어린이들이 엎드려 조문하고 있다. ⓒ이광호 기자

 

▲ 가슴 한 켠에 근조 리본을 단 한 고등학생이 5월 26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침통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학생의 손엔 웃으며 손 흔드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표지로 한 시사주간지가 들려 있다. ⓒ한승호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이틀째인 24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임시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 속에서도 추모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박정호 기자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과 노제를 마친후, 경찰은 시청광장에 연좌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들을 해산시키려고 병력을 투입했다. ⓒ조성봉 기자

 

▲ 5월29일 대한문 앞 분향소 (분향소 앞에서 풍등을 올리는 모습) ⓒ이기범 기자

 

▲ 봉하, 24일 해인사스님들이 盧 전 대통령 조문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 ⓒ이치열 기자

 

▲ 풍선 2009.5.29 서울 시청 ⓒ양시영 기자

 

▲ ⓒ이혜영 기자

 

▲ ⓒ이기태 기자

 

▲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이 경기도 수원 연화장 화장터에 들어서고 있다. ⓒ 이새롬 기자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441

 

(cL) 최훈길 기자 / 미디어오늘





이글 퍼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