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혈액 검사로 ‘영아 눈떨림증후군’ 원인 찾는다

pulmaemi 2017. 11. 29. 14:33
연대의대 연구진, 한국인 다빈도 발생 희귀 안질한 유전자 3개 최초 발견

[메디컬투데이 남재륜 기자] 

국내 연구진이 원인감별이 어려운 희귀 안질환의 유전자분석 진단법을 개발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안과학 한진우·진단검사의학 이승태 교수와 약리학 임정훈 연구원은 ‘영아 눈떨림증후군’을 겪고 있는 환자 혈액에 대한 유전자분석을 통한 원인질환 규명과 함께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영아 눈떨림증후군’은 생후 6개월 이전의 영아에게서 눈동자가 좌우, 상하 또는 복합적으로 계속 떨리는 증상으로 인구 2000명당 1명꼴로 보이는 희귀 안질환이다. 

영아 눈떨림증후군은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인 경우도 있으나 뇌나 신경계 이상, 눈백색증, 망막변성 등의 다양한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들은 MRI촬영이나 특수 혈액검사, 염색체 검사 등 많은 단계의 검사를 거쳐야 했으며, 간혹 원인질환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환자의 시력 상실은 물론 생명에까지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성 희귀안질환 진단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보호자들에게 큰 부담이 돼 왔다. 

연세의대 연구팀은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세브란스병원 안과에서 진료를 받은 ‘영아 눈떨림증후군’ 환자 48명의 혈액을 채취하고, 한 번에 수십~수백개의 유전자를 한개의 판으로 조립해 분석하는 최신의 유전자분석법인 ‘차세대염기서열 분석법’(NGS)을 시행했다.  

그 결과 28명의 환자에게서 영아 눈떨림증후군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는 한편, 이에 따른 정확한 유전성 질환 진단명을 내릴 수 있었다. 

원인질환을 찾은 28명의 환자들은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 환자가 14명이었으며, ‘무홍채증’ 환자가 4명, ‘전색맹’ 환자가 3명 그리고, ‘시니어 로켄 증후군’ 등의 기타 희귀 유전성 안질환으로 각각 진단됐다.  

한진우 교수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NGS기법을 영아 눈떨림증후군 환자에게 적용함으로써 58.3%의 진단율을 얻었다”며 “가족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88%이상의 매우 높은 진단율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정밀한 NGS기법이지만 방대한 분석결과에 대한 연구진의 전문적인 분석이 뒷받침돼야 병을 야기하는 정확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을 수 있다. 

NGS기법을 통해서도 현재까지 뇌전증환자의 발병원인 규명에 성공하는 경우가 30%내외이며, 선천성 녹내장도 25%내외에서만 병을 일으킨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연세의대 연구팀의 진단율은 높은 지표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간편한 혈액채취만을 통해 유전성 질환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게 됨으로서 동반되는 다양한 전신 질환의 진행과 증상 정도를 정확히 예측해 필요한 예방적 치료 및 검사일정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담당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이번 NGS기법을 통해 로켄 시니어 증후군을 진단받은 8세 여아의 보호자들은 향후 급격한 신(腎)부전 발병으로 제때에 신장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질환 특성을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를 일으키는 많은 돌연변이 유전자 중 한국인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3개의 돌연변이 유전자(NMNAT1, GUCY2D, RPGRIP1) 찾아내 더욱 빠른 진단과 함께 한국인 고유의 질병 유전자 정보를 추가할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성과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의 조기 진단과 예방적 치료효과가 큰 소아환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법을 통한 상담과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 제시함으로써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한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우 교수는 “원인 치료를 위해 유전성 안질환자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완, 대체할 정상 유전자를 끼워 넣는 유전자치료법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 연구에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건강보험당국에서 보험급여로 고시한 NGS 검사에 대해 최근 유전성 망막색소변성증에 한해 선별적으로 인정하고 그 외 유전성 안질환에 대한 검사는 제한을 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로 인해 희귀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이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안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JAMA ophthalmology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재륜 기자(newroo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