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골반장기탈출증, 더 이상 할머니의 병이 아니다

pulmaemi 2017. 11. 7. 15:47

[메디컬투데이 남재륜 기자] 

6개월 전 출산한 김 모(38)씨는 최근 아랫배가 뻐근하면서 소변이 급하고 소변을 볼 때마다 무언가가 만져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아이를 안을 때마다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진단받은 김 씨는 다행히 초기에 발견돼 골반근육운동 프로그램인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약 1개월 받은 후 증상이 호전됐다.

골반장기탈출증이란 임신과 출산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이 느슨해져 직장, 자궁, 방광 등 골반장기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요실금,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 변실금, 골반통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산후조리를 잘한다고 해도 출산한 여성이라면 골반장기탈출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는 ▲임신 ▲출산 ▲폐경 ▲노화 ▲유전적인 요인 외에도 ▲비만 ▲복압의 지속적인 증가를 가져오는 만성변비 ▲천식, 기관지 확장증 같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 ▲난산 등이 꼽힌다. 

스웨덴에서 9만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첫 출산연령과 골반장기탈출증수술 위험도간의 상관관계를 본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첫 출산을 질식분만으로 한 30세 이상의 여성은 30세 이하 여성에 비해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위험도가 2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은 부위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의 경우 ▲밑이 묵직하고 빠지는 것 같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봐도 시원하지 않다 ▲배변이 곤란하거나 개운하지 않고, 불쾌감이 든다 ▲손가락으로 질후벽을 눌러야 대변이 나온다 ▲웃거나 재채기 할 때 또는 운동 중에 소변이 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래쪽 허리가 아프고, 골반 통증이 느껴진다와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여성의 일생생활과 직장생활에 영향을 미치며, 증세가 악화되면 장기가 탈출할 수도 있다.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를 통털어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칭하는데 질입구를 기준으로 빠지는 정도에 따라 1-4기로 분류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출산후유증으로 생각하지 말고 조기에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유은희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골반 구조물을 지지하는 골반 인대나 근막 또는 근육이 손상돼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폐경기 이후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수치스럽게 느끼지 말고 적극적인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반장기탈출증 초기에는 골반근육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을 통해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와 호르몬치료가 병행된다. 하지만 2기 이상 골반장기탈출증은 수술이 필요하다. 요실금과 변실금이 동반됐다면 동시에 교정하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을 받을 경우 골반내 장기의 구조를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실금이나 변실금 같은 동반 질환까지 개선할 수 있다. 탈출된 장기의 위치나 정도에 따라 복부 쪽으로 접근하는 방법(복식), 질 쪽으로 접근하는 방법(질식), 또는 골반경을 통해 빠지는 부위를 고정한다. 다만 개인마다 다름을 고려하여 그 정도에 따른 맞춤식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미국은 80세까지 사는 여성의 18%가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이 중 30%가 재수술을 받는다고 보고했다. 고령화사회인 우리나라도 골반장기탈출증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이를 예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유은희 교수는 “조기에 증상을 발견할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적극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고령에 첫 출산이 이루어졌다거나 골반장기탈출증 가족력이 있다면 평소 골반근육 강화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재륜 기자(newroo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