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봉하마을 3재에 다녀왔습니다

pulmaemi 2009. 6. 18. 08:52

봉하마을 3재에 다녀왔습니다
(블로그 '마법에 걸린 나라' / 조기숙 / 2009-06-13)



지난주 금요일 조계사에서 한명숙 전총리님, 김병준 전정책실장님을 모시고 2재를 지냈습니다. 대통령님 장의기간에 보여주신 조계종의 헌신과 후의에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주 권양숙 여사님을 뵈었을 때,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큰 스님들의 위로를 받고 여사님의 감사 인사를 전해 드렸습니다. 조계사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대통령님을 위한 재가 49재인 7월 10일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제(12일 금요일)는 봉하마을에서 오전 10시에 3재를 지냈습니다. 새벽 6시 KTX를 타고 밀양에서 내려 진영읍으로 가는 새마을열차를 갈아탔습니다.  마침 밀양에서 천호선 전대변인을 만나 함께 진영으로 가는 열차를 탔습니다. 천 대변인도 서울에서 저와 같은 열차를 타고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같은 호 열차의 바로 옆 좌석 표를 지니고 있어 나란히 앉을 수 있었습니다. 49재 이후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할 지 의논을 하다보니 어느새 진영읍에 도착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정토원에 도착하니 벌써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권 여사님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라 오시지 못했고 영식 건호, 영애 정연 부부께서 재에 참석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님, 김병준, 문재인, 이병완 전실장님 등 참여정부 참모와 국회의원 등 10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조계사에서 포교원장이신 혜총 스님이 임원 스님들과 법문을 하러 오셨고 김해지역의 스님이 수 십분 함께 하셨습니다. 일반 추모객 수백 명도 함께 했습니다. 점점 수가 불어나 나중에는 자리에 앉지도 못했습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재에서 대통령님이 평안하시길 빌었습니다. 책도 읽을 수 없고 글도 쓸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시길 빌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있으려 해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었습니다. 2주가 지나면 상처도 조금 나으려나 했지만, 도무지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재가 끝난 후 안희정 최고위원과 유시민 전장관이 술을 올리고 향을 피운 후 참모들 수십 명이 합동으로 절을 올렸습니다. 정토원에서는 김해에서 오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참배객 모두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식사 후, 대화를 나누던 중 검찰의 수사발표를 들었습니다. 참으로 자성할 줄 모르는 뻔뻔한 철면피 검찰입니다. 49재 중에는 언론인터뷰도 피하고 마음 속의 분노를 겉으로 드러내지 말고 잘 다스리라는 한총리님의 언명을 들은지라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원망하지 마라'는 님의 유언도 있기에 참겠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를 원망하지 않는 것과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불교에서도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타율에 의해서라도 책임을 질 일이 생길 것입니다. 국민이 책임을 묻기 전에 이 정부와 검찰이 스스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모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겐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진상조사위원회'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금요일 저녁 집에 오면서 49재라는 제도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님을 보낼 준비가 안된 우리가 조금씩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기 위해 49재가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이 아픔은 고스란히 남을 것 같아 더 두렵습니다.

 

다음 주에는 많은 분들과 함께 목요일에 봉하에 가서 4재에 참석할 생각입니다. 하루 밤 자면서 퇴임 한 대통령님과 봉하에서 1박 2일 MT를 하며 토론하던 아름답고 따뜻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싶습니다.

 

봉하엔 여전히 추모객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외롭지 않은 것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혹시 재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을 위해 봉하 가는 길을 자세히 적어보았습니다.

봉하 가는 길은 이미 성지순례길이 된 것 같습니다. 봉하는 민주주의 성지입니다. 

 

*출처 : http://cafe.naver.com/chomagic.cafe?iframe_url=/ArticleList.nhn%3Fsearch.clubid=13087532%26search.boardtype=L



ⓒ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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